머크, 위기 타개할 차기 CEO는 누구?
내부발탁 vs 낙하산 갈려 조기거론 분위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9-15 18:34   수정 2004.09.15 18:40
▲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
내부발탁이냐, 아니면 낙하산이냐?

머크&컴퍼니社의 레이먼드 V. 길마틴 회장이 오는 2006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회사를 이끌어갈 차기선장을 거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평소 길마틴 회장은 "회사 내부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후보자들이 부지기수"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월街 내부에서 길마틴 회장의 말에 동의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머크는 한 동안 세계 제약업계를 호령했던 빅 메이커이지만, 현재는 간판급 품목들의 잇단 특허만료와 이로 인한 매출감소, 후속신약 개발의 차질 등 겹친 악재의 돌출로 거센 파고를 헤쳐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적임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경영진에 가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애널리스트들과 헤드헌터들은 제약업계에서 능력을 널리 인정받은 베테랑급 인사를 스카웃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며, 지금의 경영진에게 별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쉐링푸라우社의 프레드 핫산 회장(58세), 워너램버트社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1990년대의 '화려한 시절'을 주도했고 현재는 투자은행 블랙스톤 그룹을 이끌고 있는 로드윅 J. R. 드 빙크 회장(59세), 존슨&존슨社의 CEO를 역임했던 제임스 T. 레네한 회장(55세)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머크측이 후계자 문제에 대한 언급을 유보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윤곽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만도 4개 신약후보물질들의 개발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 및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와 관련, 당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조코'의 경우 2006년이면 미국시장에서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일까?

최근 머크의 주가는 최고치를 형성했던 지난 2000년 당시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45달러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R&D 가뭄현상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이다. 눈에 띄는 것은 라이벌 메이커들의 경우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라이센싱 계약 체결 등 공격적인 방식으로 위기상황 타개에 나서고 있다는 점.

반면 머크는 바이오테크놀로지쪽으로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전통적인 화학합성 분야를 고수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머크에서 유력한 내부승진 케이스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오랫동안 재무이사(CFO)를 역임한 주디 C. 르웬트(55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난 1980년대부터 파트너십 구축을 주도하면서 상당한 공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머크가 당초 약속했던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데 실패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987년 머크에 합류한 이래 현재 미국시장 의약품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브래들리 T. 시어스(47세)와 머크의 R&D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국系 피터 S. 킴 박사(46세)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또 다른 인물들. 그러나 이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의 부족과 총괄적인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머크가 외부인사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영입할 경우 지금의 길마틴 회장에 이어 두 번째 스카웃 케이스로 기록되게 된다. 길마틴 회장은 지난 1994년 의료기기 메이커 벡톤-디킨슨社에서 영입된 귀하신 몸!

일각에서는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쉐링푸라우의 핫산 회장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크가 쉐링푸라우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마이브)의 코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블록버스터로 발돋움할 경우 핫산 회장이 자연스럽게 길마틴 회장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그 근거이다.

그러고 보면 머크는 쉐링푸라우와 아예 합병을 추진한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고개를 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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