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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판촉영업자(CSO)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건전한 상업화 파트너로 안착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불법 리베이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창구로 악용되며 유통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10월부터 ‘의약품 판촉영업자 신고제’를 본격 시행하며 양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김·장 법률사무소 연구진(강한철, 이환범, 권혁찬 변호사)은 최근 발간된 ‘KPBMA FOCUS 제36호’ 리포트를 통해 현행 CSO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유통 정상화를 위한 8대 입법·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CSO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상태다. 2026년 5월 기준 정부 예상치의 3배에 달하는 1만 5,000~2만 개소의 CSO가 난립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0%는 직원 1명 규모의 영세 사업자이거나 규제 회피용 ‘페이퍼 컴퍼니’로 파악된다.
가장 큰 맹점은 턱없이 낮은 진입장벽이다. 일반적인 결격사유 없이 영업소와 형식적인 안내 이수 요건만 갖추면 신고가 가능해, 위법행위로 적발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즉시 CSO를 재설립하는 ‘간판 바꾸기’가 만연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질적인 제한이 없는 다단계 재위탁 구조다. 현행법은 30일 이내의 사후 서면통보 의무만 둘 뿐 횟수나 단계에 제한이 없어, 제약사의 감시망을 벗어난 재위탁 과정에서 마진 차액이 불법 리베이트 재원으로 전용될 위험이 크다. 업계 평균 수수료율은 약 37%에 달하며, 특정 품목은 신규 처방액 전액을 지급하는 ‘100:100 프로모션’ 등 처방량에 연동된 고율 보수 체계가 고착화되어 있다. 반면, 지출보고서를 제출한 CSO의 약 90%가 ‘경제적 이익 제공내역 0건’을 보고해 사후관리 체계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자율규제와 촘촘한 법망을 통해 CSO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반리베이트법(AKS)에 따라 대리인 수수료가 처방량이나 매출 규모에 연동되지 않는 ‘비물량연동형’일 때만 면책을 허용하며, 위반 시 허위청구법(FCA)을 적용해 3배의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활동 CSO의 99.5%가 제약사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파견형으로 운영되며, 300시간 이상의 교육이 필수적인 ‘MR(의약품 정보담당자) 인정제도’를 업계 표준으로 정착시켰다. 영국 역시 판매 비례 수당의 비중을 엄격히 제한하고 뇌물수수법을 통해 제약사에 강력한 관리 책임을 묻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단순 처벌 위주의 접근을 넘어, 시장 진입부터 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8가지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단순 신고제로 전락한 현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진입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 서류 제출을 넘어 약사 등 전문 자격 보유자로 영업 인력을 구성하고, 위법 전력자의 임원 취임을 원천 차단하는 등 ‘실질적 자격 검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3년 주기의 적격성 갱신 요건을 신설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중심의 우수 CSO 인증제도 구축 및 민간 MR(의약품 정보담당자) 자격인증의 국가 공인화 등 ‘업계 자율규제’를 강화해 검증된 인력만이 시장에 남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제약사의 감시망을 벗어난 ‘깜깜이 영업’을 막기 위한 통제 장치도 제안됐다.
하위 CSO로 영업을 재위탁할 경우 원 위탁사인 제약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다단계 재위탁 사전 제한’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제약사에 CSO 모니터링 의무를 명확히 부여하되, 이를 충실히 이행한 우수 관리 기업에는 행정처분 면제 등의 유인책을 제공하는 ‘제약사의 의무와 인센티브’ 조화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성적 자금 흐름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강력한 감시망과 철퇴도 마련돼야 한다. 품목별 수수료율 범위와 재위탁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특정 정보 전자신고 의무화’와 보건복지부 주관의 ‘정기 실태조사 법제화’를 통해 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만약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기존의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 판촉 수수료 전액 또는 3~5배를 환수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 제재의 실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처방량에 연동된 기형적인 수수료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기적인 ‘수수료 상한제’ 도입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방문 횟수 등 실제 판촉 활동에 비례해 대가를 지급하는 ‘활동 기반 보수(FFS, Fee for Service)’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해 리베이트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기적인 처방 증대에 매몰된 음성적 CSO 영업 관행은 제약기업의 R&D 투자 여력을 잠식하고 산업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 엄격한 자격 검증과 징벌적 제재, 그리고 업계의 자율적인 정화 노력이 맞물릴 때 K-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혁신 생태계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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