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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을 늘리는 것보다 공공심야약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비자 요구가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의약품 판매처나 품목을 확대하기보다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의약품 접근 환경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셈이다. 실제 소비자 10명 중 8명 가까이는 일반의약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으며, 절반 이상은 약사와 상담한 뒤 제품이나 복용 방법 등을 바꾼 경험이 있었다.
대한약사회는 2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비자단체 미래소비자행동에 의뢰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일반의약품 소비자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의약품 안전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정책을 물은 결과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4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의료취약지 공공약국 확충’이 17.4%였다.
반면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는 10.8%, ‘판매업소 등록기준 완화’는 5.4%에 그쳤다. 공공심야약국 확대를 선택한 응답 비율은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의 약 3.8배였다.
이 같은 차이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이 실제 의약품을 선택하고 복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78.4%는 의약품 선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특히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를 비롯해 중복복용이나 상호작용 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24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상담 부재가 주요 불편으로 꼽혔다.
이들 가운데 32.8%는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질문할 수 없다’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증상에 적합한 의약품인지 판단하거나 중복복용·상호작용, 부작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중복복용이나 예상하지 못한 이상반응을 경험했다는 소비자도 각각 10% 수준이었지만, 의약품 구매 당시 성분 중복이나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를 확인한 소비자는 22.0%에 그쳤다.
반대로 약사와의 상담은 실제 의약품 사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54.0%는 약사의 설명이나 확인을 거쳐 제품 선택이나 복용량, 다른 의약품과의 병용 여부 등 의약품 사용 행동을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노수진 대한약사회 총무·홍보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리 안전하다는 범주에 들어 안전상비약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이나 일반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안내와 복약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이라고 해서 부작용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한약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수집한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 24만5709건 가운데 비처방 일반의약품 관련 보고는 5667건이었다.
센터가 발간한 ‘일반의약품 부작용 사례집’에는 양성 전립샘 비대증 환자가 코감기약을 복용한 뒤 배뇨곤란을 겪은 사례를 비롯해 소아에게 해열제를 짧은 간격으로 추가 투여한 뒤 저체온 증상이 발생한 사례, 진통제 복용 후 심한 과민반응과 호흡곤란이 나타난 사례 등이 담겼다.
의료취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도 단순히 의약품 판매처를 늘리는 것과는 다른 요구가 확인됐다.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조사에서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93.7%는 이미 가정에 상비약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82%는 보유한 약이 어떤 약인지,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전문가의 점검과 상담을 받기를 원했다.
경기지역 응답자를 대상으로 갑자기 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을 물었을 때는 75%가 교통 지원을 받아 약국이나 병원을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노 이사는 “의료취약지역에는 고령자와 다제약물 복용자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판매처·품목 확대보다는 적절한 약물 사용을 알려주는 전문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심야약국 추가 확대를 위한 예산도 마련됐다. 노 이사는 이날 “내년에 25개를 더 확충할 수 있는 예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운영에 참여할 약사를 확보하는 문제는 과제로 꼽았다. 노 이사는 “공공심야약국의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약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현장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약사회는 공공심야약국 지원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11월 중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11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판매처 확대 문제에 대응을 집중한다.
약사회는 이날부터 국회 앞 릴레이 집회에서 기존 여러 약사 현안을 다루던 피켓 내용을 안전상비의약품 관련 내용으로 전환했다.
노 이사는 “그동안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우리가 먼저 이슈화하는 것을 상당히 자제해 왔지만, 연말에는 그동안 조사해 온 설문과 논리를 바탕으로 좀 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모였다”며 “11월에는 안전상비의약품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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