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AI 시대 바이오헬스, “브랜드와 규제 돌파가 열쇠"
"기능성 매몰된 K-뷰티, 확고한 철학 가진 글로벌 아이콘으로 거듭나야"
미국 의료기기 진출, "FDA 허가는 시작일 뿐… 코드·커버리지 등 사보험 장벽 넘어야"
질병 치료 넘어 '건강수명' 연장으로… MZ세대 지갑 여는 '롱제비티' 생태계 주목
김홍식 기자 │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22 06:00   수정 2026.10.22 06:01
(왼쪽부터) 노희영 브랜드 컨설턴트 고문, 이상수 메드트로닉 부사장, 이준영 차헬스케어 전무.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초고령 사회 진입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이라는 거대한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제시됐다. 

단순한 기술 개발과 인허가 획득을 넘어, 소비자 중심의 확고한 브랜드 철학 구축과 현지 시장의 복잡한 보험 급여 제도를 꿰뚫는 전주기적 접근이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지목됐다.

21일 서울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AI와 바이오헬스 초고령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다' 세미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사)한국바이오특화센터협의회,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 종사자들이 대거 참석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했다. 

안택원 한국바이오특화센터협의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 회장은 "의학 지식이 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할 만큼 AI와 기술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쫓아가고 접목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인지, 또 국가마다 다른 복잡한 규제를 뚫고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지가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현장의 고충에 공감했다.

이어 "전국 50여 개 특화센터가 모인 협의회를 중심으로 기업들을 적극 돕고 있다"며, "생물활성 기반 기능성 바이오 소재 제품 양산화 사업 등을 통해 아이디어 기획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 과정을 돕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으니, 이번 세미나와 전시회를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을 열어가는 아이디어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브랜드 전략, 글로벌 규제 돌파 및 시장 진출, AI와 건강수명 산업 전망 등 3가지 핵심 관점에서 현장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강연과 사례 공유가 이어졌다.

"소비자 결핍 파고드는 '브랜딩'이 글로벌 아이콘 만든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노희영 브랜드 컨설턴트 고문은 '좋은 제품은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가'를 주제로, 기술력과 '기능성'에만 매몰된 국내 기업들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노 고문은 "기능성만 강조하는 것은 하위 브랜드들의 전형적인 화법이며, 진정한 글로벌 아이콘은 소비자에게 어떤 기쁨과 철학을 줄 것인가에 집중한다"며,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특히 K-뷰티 산업의 현실을 짚으며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올리브영과 같은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일회성 소모품에 머물러 있는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랑콤이나 시세이도 등 글로벌 명품 화장품처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펙 경쟁을 넘어 고객의 숨겨진 결핍을 관찰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고문은 과거 '마켓오'와 '비비고' 브랜드 론칭 당시의 구체적인 일화도 소개했다. 마켓오의 경우 원색 위주의 기존 과자 포장 공식을 깨고 페이퍼 패키지를 도입해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 독보적인 가시성을 확보했으며, 애초부터 대기업 매각을 목표로 철저하게 기획된 전략의 결과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비고 역시 해외 진출 시 기존의 백설, 해찬들 등 다양한 브랜드를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심했지만, 브랜드 파워를 집약시키기 위해 우직하게 밀어붙인 끝에 현재 4조 원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구권 소비자들이 만두의 '육즙'보다 '채즙'이 주는 담백함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제품을 현지화한 관찰의 중요성도 역설하며, 중소 바이오헬스 기업 역시 대기업과의 협력 및 M&A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느낄 만큼 독보적인 매력과 미래 확장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기 미국 시장 진출의 핵심은 인허가 아닌 '보험 급여' 획득"

이어 이상수 메드트로닉 부사장은 '바이오헬스 서비스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기업의 준비'를 발제하며 의료기기 산업의 본질이 철저한 '규제 산업'임을 거듭 환기했다. 이 부사장은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본다면, 보험청(CMS)은 합리성과 필요성을 평가한다"며 두 기관의 잣대와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FDA 인허가 획득은 시장 진출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 공략을 위해서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보험 급여 획득 전략을 병행하는 '전주기 제품 수명 관리' 관점이 필수적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 시장 진입 시 의사 행위에 대한 코딩(CPT Code), 기기에 대한 코드(HCPCS), 지불 보상, 보험 커버리지를 각각 개별적으로 풀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혁신 기술이 공보험 외에 사보험 시장까지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임시 코드를 정규 코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데스 밸리'를 넘기 위한 대규모 자국민 대상 임상 근거 축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초기부터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가 동반되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 의료기술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및 확장 사례로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꼽았다. 과거 1형 당뇨 환자를 위해 피를 내어 측정하던 제한적 기기였던 CGM이, 현재는 2형 당뇨는 물론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OTC) 기반 웰니스 영역으로까지 적응증을 대폭 확대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분석했다. 

이는 바이오헬스 산업이 환자의 수동적인 질병 치료를 넘어 능동적인 예방 관리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디지털 헬스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나 홀로 글로벌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지 규제 컨설팅 활용 및 글로벌 대기업 유통망에 탑재하는 파트너십 전략이 생존의 핵심 열쇠라고 제언했다.

"치료제 넘어 '예방·돌봄'으로… 전 세대 아우르는 롱제비티 생태계 주목"

마지막 강연을 맡은 이준영 차헬스케어 전무는 'AI로 여는 건강수명의 미래: 예방적 돌봄과 Longevity 산업 전망'을 통해 다가올 롱제비티(Longevity) 산업의 방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전무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83.7세)과 건강수명(65.5세) 간에는 약 18.2년이라는 틈이 존재하며, 이 아픈 기간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상태를 연장하는 것이 AI 기반 롱제비티 산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정의했다.

이 전무의 분석에 따르면 롱제비티 산업은 과거 항노화 표적 치료제 개발이라는 협의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재는 AI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질병 진단 및 예측, 예방 클리닉, 건강기능식품, 더 나아가 시니어 주거 및 자산 관리를 아우르는 '롱제비티 경제(Longevity Economy)' 생태계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특히 알토스 랩스나 뉴리미트 등 노화 생명공학 기업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시사했다.

또한 롱제비티 산업이 고령층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 젊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건강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려는 이른바 '프리쥬비네이션(Prejuvenation)' 소비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수면 패턴과 생체 신호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 피드백을 제공하는 스마트 링 '오우라'가 구독형 모델로 전년 대비 74%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전신 피부와 심혈관 스캔을 통해 질병 위험을 진단하는 '네코 헬스'에 무려 35만 명의 대기자가 몰리는 해외 현상을 핵심 사례로 들며, 소비자 직접 지불형 예방 관리 비즈니스 모델의 시장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초고령 사회의 천문학적인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진 중인 정부 주도의 '한국형 ARPA-H(보건의료 난제 해결) 프로젝트'의 중요성도 함께 분석했다. 

이 전무는 어르신들의 '노쇠'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영양, 운동, 약물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을 소개하며, "공공 주도의 R&D와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통한 측정 기준 마련은 향후 후발 민간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롱제비티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튼튼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택원 한국바이오특화센터협의회 회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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