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산업, 데이터 많아도 연결 안되면 무용지물”
머크, ‘커넥티드 바이오파마’ 제시…연구실부터 생산·환자까지 연결
“기술이 가능성 만들고 신뢰가 도입 이끌어”…FAIR 데이터·거버넌스 중요성 제시
한국 R&D·제조·디지털 인프라 주목…3억 유로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 투자도 소개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7 06:00   수정 2026.08.27 06:01
David Nogales 머크(Merck) 라이프사이언스 기술전략 총괄은 2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lobal Bio Conference, GBC) 2026’ 기조연설에서 ‘데이터에서 의사결정까지, 커넥티드 바이오파마의 강점’을 주제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바이오제약 산업이 과거보다 많은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AI)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연구와 생산, 환자를 위한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간 ‘연결성(Connectivity)’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개별 장비와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넘어 연구실에서 생산시설, 환자 데이터까지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표준과 거버넌스,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David Nogales 머크(Merck) 라이프사이언스 기술전략 총괄은 2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lobal Bio Conference, GBC) 2026’ 기조연설에서 ‘데이터에서 의사결정까지, 커넥티드 바이오파마의 강점’을 주제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 방향을 소개했다.

Nogales 총괄은 발표 시작부터 바이오제약 산업이 직면한 데이터 활용의 문제를 언급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도구와 데이터,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과학자가 실제 연구에 착수하기 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연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자들이 업무시간의 약 80%를 데이터를 찾고 연결하는 데 사용하고 실제 과학적 연구에 투입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데이터 자체의 부족보다 확보한 데이터를 연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Nogales 총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으로 ‘Connected Biopharma’를 제시했다.

그가 설명한 Connected Biopharma의 데이터 활용 과정은 ‘Capture-Connect-Analyze-Act’로 구성된다. 데이터를 확보(Capture)한 뒤 서로 연결(Connect)하고, 이를 분석(Analyze)해 실제 행동과 의사결정(Act)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확보했더라도 해당 데이터가 생성된 맥락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분석에 한계가 발생하고, 분석 결과를 다시 활용할 수 없다면 의사결정 역시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제약 산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연구환경 전체의 연결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Nogales 총괄은 업계가 전자기록 도입 등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예측 AI가 적용되고 연구실이 완전히 연결된 환경은 약 20%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개별적인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것과 연구과정 전체에서 데이터가 서로 연결돼 활용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데이터 연결은 규제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ogales 총괄은 데이터의 출처와 맥락이 연결돼 있을 경우 최종 의사결정이 어떤 데이터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할 때 속도가 주로 강조되지만 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해당 의사결정에 사용된 데이터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어디에서 생성됐고 어떤 분석과정을 거쳐 결과가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onnected Biopharma의 적용 범위는 연구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Nogales 총괄은 이를 ‘Lab-Plant-Patient’, 즉 연구실과 생산시설, 환자를 연결하는 구조로 설명했다.

발표에서 그는 연결된 연구환경에서 실험 효율 개선과 신약발견 기간 단축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생산에서는 AI를 연결된 생산환경에 적용했을 때 20% 이상의 수율 향상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환자 영역에서는 유전체를 비롯한 대규모 데이터 자원을 연구와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데이터 환경도 언급했다.

Nogales 총괄은 한국이 약 77만명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 자원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핀란드의 약 50만명 규모 데이터 자원과 비교해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 규모를 설명했다. 연구실과 생산, 환자 데이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데이터 자원이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David Nogales 머크(Merck) 라이프사이언스 기술전략 총괄.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머크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데이터 연결 사례도 소개됐다.

Nogales 총괄은 과거 연구환경에서는 각각의 장비와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이동시키거나 전달해야 하는 과정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머크는 개별 장비와 시스템을 매번 별도로 연결하는 대신 여러 장비와 연구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합방식을 구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는 이를 ‘Build once, deploy many’라는 원칙으로 설명했다. 하나의 통합방식을 구축한 뒤 이를 여러 장비와 워크플로에 적용함으로써 수작업 중심의 연구환경을 연결되고 자동화된 환경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Nogales 총괄은 이 같은 데이터 연결을 AI 활용을 위한 기반으로도 설명했다.

개별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자동화하면 이를 바탕으로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머크 내부에서 다수의 시스템과 워크플로를 연결·자동화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생산시설에서도 연결성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gales 총괄은 생산시설을 단순히 건물과 설비로 구성한 뒤 디지털 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와 데이터 모델, 연결된 워크플로 등을 처음부터 포함해 구축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Digital by Design’으로 표현했다. 생산시설을 구축한 이후 별도로 연결성을 추가하는 것보다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와 시스템의 연결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자체의 관리 원칙으로는 ‘FAIR’를 강조했다.

FAIR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고(Findable), 접근 가능하며(Accessible), 상호운용할 수 있고(Interoperable), 재사용할 수 있도록(Reusable) 관리하는 원칙이다.

Nogales 총괄은 Connected Biopharma를 구축하려면 시스템을 처음부터 확장 가능한 형태로 설계하고 데이터를 FAIR 원칙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과학자 등 사용자가 솔루션 개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하나의 기업 내부에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과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연구장비와 인력, 생산시설 등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할 수 있지만 병원과 대학, 기업, 정부기관을 비롯해 국가 간 데이터를 연결할 경우 데이터의 소유와 접근, 책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Nogales 총괄은 이러한 단계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주요 과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누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누가 접근을 통제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 가치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위험은 누가 부담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밀의료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을 비롯해 유전체 데이터, 실험실 데이터, 실제 임상 데이터 등 여러 종류의 정보가 필요하지만 하나의 기관이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하지만 기존의 운영방식에서는 기관 간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중앙 시스템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거버넌스, 데이터 주권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Nogales 총괄은 데이터 보유기관에 모든 데이터를 넘기고 이를 적절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믿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기관과 의료기관, 환자 역시 데이터 관리와 활용 방식에 대한 요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Trusted Research Environment’, 즉 신뢰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다.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이동시키는 대신 데이터가 위치한 곳에서 통제와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연구자가 기관의 경계를 넘어 필요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Nogales 총괄은 데이터와 거버넌스,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을 기존 위치에 유지하면서 연구자가 데이터의 경계를 넘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과 AI를 결합한 사례도 제시했다.

Nogales 총괄은 제약 분야의 파트너가 Trusted Research Environment와 AI를 활용해 임상시험 프로그램에 적합한 환자를 확인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자가 임상시험의 주요 조건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대상 환자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발표에서는 한국의 바이오제약 환경에 대한 평가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Nogales 총괄은 Connected Biopharma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과학 연구역량과 디지털 기반,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이 이들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와 디지털 인프라, 의료데이터 환경 등을 언급하면서 과학과 제조, 디지털 인프라와 의료체계를 함께 갖춘 국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머크의 한국 투자 현황도 소개했다.

Nogales 총괄은 한국에서 약 19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약 3억 유로 규모의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생산시설 역시 디지털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제조 속도와 연구혁신 등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제시하면서 이러한 환경을 Connected Biopharma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로 설명했다.

Nogales 총괄은 발표 마지막에서 데이터와 AI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머크가 내부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며 얻은 경험을 “Technology creates possibilities. Trust creates adoption”이라는 문장으로 정리했다. 기술이 가능성을 만들지만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조직과 시스템에서 시작한 연결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신뢰가 형성돼야 이후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제약 산업이 현재 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역량, AI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회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