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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수출기업이 글로벌 바이어의 깐깐한 친환경 요구에 대응하려면 '완제품 인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원료 조달부터 환경 영향 수치까지 타당성을 따지는 '검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서울뷰티포럼' 산업 세션에서 에코서트코리아 윤세혁 지사장은 기업이 수행한 지속가능성 활동을 소비자와 글로벌 바이어가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서울시가 22일부터 25일까지 DDP에서 진행하는 '2026 서울뷰티위크'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윤 지사장은 "최근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은 마케팅 키워드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았다"며 "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성과를 소비자와 글로벌 바이어가 신뢰하고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명해 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인증'이란 말이 현장에서 혼용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원료 성적서를 받거나 완제품 심사를 통과한 경우를 모두 인증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확인 대상에 따라 필요한 절차와 자료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가령 '이 제품이 코스모스(COSMOS) 기준 전체를 충족했는가'는 인증의 문제다. 인증은 서류 검토와 현장 심사를 거쳐 제품이나 사업장이 정해진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한다. 코스모스 인증은 천연·유기농 성분 함량뿐 아니라 원료 배합과 제조공정, 처방, 포장재까지 제품 전반을 살핀다.
'이 원료를 인증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가'는 승인을 통해 확인한다. 특정 원료가 인증 기준에 맞는지를 주로 문서로 검토하는 절차다. 기업이 제시한 천연유래지수나 탄소발자국 계산이 타당한지는 검증의 영역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수치와 주장을 제3자가 확인하며, ISO 16128에 따라 계산한 천연유래지수도 검증 대상에 해당한다.
윤 지사장은 "완제품 라벨 하나만으로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완제품 브랜드뿐 아니라 원료 제조사도 마케팅을 뒷받침할 성분 단위의 실증 데이터를 제3자 검증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빙 체계를 세분화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브랜드, 유통사, 규제 당국이 각기 다른 근거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국 공인인증기관 NSF가 202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4%가 퍼스널케어 제품 구매 시 유기농 성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유기농 성분을 사용한 인증 제품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45%에 달했다.
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제품에 표시된 문구의 근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윤 지사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의 35%가 패키지에 QR코드를 적용했다. 소비자는 QR코드를 통해 전성분과 ISO 16128 기준의 천연유래지수, 원료 출처, 임상시험 요약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의 정보 요구는 브랜드의 원료 관리 방식에도 반영됐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자체적인 클린 가이드라인과 그린 리스트를 마련하고, 환경·윤리적 위험이 있는 원료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포장재의 환경 영향도 전 과정 평가와 자체 평가체계에 반영한다. 원료사와 제조사에서 받은 데이터가 제품 기획부터 지속가능성 공시까지 활용되는 구조다.
글로벌 유통사도 파라벤과 프탈레이트, 미세플라스틱 등 배제 성분 목록을 자체 운영한다. 제3자 인증을 받은 브랜드에는 입점 가산점을 주거나 전용 판매 공간을 제공한다. 친환경 관련 자료가 유통 채널 입점과 판매 조건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은 친환경 표시의 근거를 법으로 요구한다. 오는 9월 27일부터 회원국에 적용되는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역량 강화 지침'(EU 2024/825)은 객관적인 실증 자료가 없는 '친환경·그린·에코' 등의 포괄적인 환경 표현을 제한한다. 지속가능성 라벨도 공인된 인증 체계나 공공기관이 설정한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이 지침은 소비자 대상 표시와 광고를 규율하지만 대응에 필요한 자료는 공급망에서 확보해야 한다. 완제품 브랜드가 환경 관련 표현을 사용하려면 원료사와 제조사로부터 이를 입증할 성분과 제조공정, 포장재 자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어가 생분해성이나 미세플라스틱 배제 여부, 탄소발자국 등을 별도로 요구할 경우에는 해당 항목의 검증 자료도 제시해야 한다.
에코서트코리아는 오는 9월부터 원료의 인증·승인 여부와 지속가능성 자료를 확인하는 데이터 검증 서비스를 도입한다. 검증 결과는 '에코서트 소싱' 플랫폼에 등재된다. 바이어와 브랜드, 제조사는 동물성 원료 배제와 책임 있는 원료 조달, 미세플라스틱, 생분해성 등 7개 지표에 따라 원료를 검색할 수 있으며, 원료사는 바이어별로 반복해 작성하던 질의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윤 지사장은 "인증과 승인은 단순히 제품에 붙이는 로고라기보다는 공급망 전체를 연결하는 산업 공통의 언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바이어는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원료를 구매할 수 있고, 원료사는 자사 원료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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