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 넘어 ‘증명의 경쟁’으로
규제 강화·AI 확산…글로벌 확장 방식도 달라져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4 12:34   수정 2026.08.24 16:29

K-뷰티의 다음 경쟁은 수출 규모를 키우는 데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규제 대응과 데이터 기반 검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가 중요해지면서 한국 뷰티 산업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시는 22~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26 서울뷰티위크’의 프로그램으로 ‘2026 서울뷰티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의 둘째 날인 24일엔 ‘K-뷰티 2.0,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도약’을 주제로 규제와 인증, AI·뷰티테크, 글로벌 유통을 다루는 산업세션이 진행됐다. 빠르게 커진 K-뷰티의 수출 기반을 앞으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장할지가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정상훈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 직무대리가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서울뷰티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정상훈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 직무대리는 먼저 K-뷰티가 확보한 성장 기반에 주목했다. 정 직무대리는 개회사에서 “지난해 한국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은 약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며 “K-뷰티 성장이 수많은 기업이 함께 일궈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빠른 실행력을 갖춘 중소 브랜드가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서 수출 저변을 넓혀왔다는 설명이다.

정 직무대리는 성장의 기반으로 기업과 브랜드뿐 아니라 인재와 기술, 유통·플랫폼, 소비자가 연결돼있는 서울의 산업 생태계를 꼽았다. 그는 또한 “세계 시장의 규제와 인증 요구가 높아지고 AI와 바이오 기술이 제품 개발부터 소비자 경험까지 바꾸는 만큼 다음 단계의 경쟁 조건도 달라지고 있다”며 “더 높은 기준을 넘어서고 더 과감하게 혁신하며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만들었나’가 기준

연재호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질문이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며 높아지는 규제 기준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연재호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바라보는 질문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출 확대와 함께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이제는 제품이 좋은지를 넘어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규제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역 중 하나다. 연 부회장은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유럽의 포장·포장폐기물 규정, 각국의 안전성 평가 강화 등을 언급하며 기업이 대응해야 할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국제 규제 대응과 해외 상표권 보호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제품 경쟁력이 있어도 서류와 인증 문제 때문에 시장 진입이 막히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업계의 협력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연 부회장은 서울시가 수출·특허 컨설팅, 해외 바이어 1대1 매칭 상담, 현장 중심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대한화장품협회도 해외 규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실무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업계 의견을 정부와 글로벌 규제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조이스 뤼 로레알코리아 최고디지털마케팅책임자(CDMO)는 “한국은 단지 영감을 주는 곳이 아니라 뷰티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곳”이라며 한국의 혁신 기술과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규제 대응이 시장 진입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면, 이후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는 AI와 데이터가 부상하고 있다. 조이스 뤼(Joyce LUI)로레알코리아 최고디지털마케팅책임자(CDMO)는 기조강연에서 “AI가 소비자의 뷰티 발견과 구매, 사용 경험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로레알이 이를 ‘AI로 강화된 소비자 여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새로운 제품 발견의 관문이 되고 있고, 개인화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뤼 CDMO는 AI를 단순한 제품 추천 도구로 보지 않았다. 그는 로레알의 AI 활용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핵심 역량으로 ‘대규모 개인화’, 생물학적·피부 데이터를 활용해 피부 노화를 세포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이터 기반 롱제비티 솔루션,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잇는 초연결 접점을 꼽았다.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로 다른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AI 활용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뷰티 시장을 움직일 변화로는 이커머스 침투 확대, 가격대의 다변화, 정교해지는 뷰티 루틴, 소비자 다양성 확대 등을 제시했다. 뤼 CDMO는 특히 피부 톤과 기후, 문화적 선호가 다른 소비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지화된 솔루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서울 혁신을 세계 시장으로

로레알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장 특성과 관련이 깊다. 뤼 CDMO는 한국의 강점으로 성분과 임상 연구를 적극적으로 살피는 소비자, 빠르게 생성·확산되는 뷰티 트렌드, 원료·패키징 기업 등이 연결된 혁신 생태계를 꼽았다. 미용 시술이 일상적인 웰니스 루틴으로 들어오면서 고효능 성분과 홈케어에 대한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 소비자의 뷰티 이용 방식도 기술·제품 혁신을 촉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뤼 CDMO는 한국에서 여성의 43%, 남성의 36%가 정기적으로 미용 시술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킨케어 루틴은 저녁 약 5단계, 아침 약 4단계로 간소화되는 반면 제품을 바르고 흡수시키는 시간은 각각 약 12분과 9분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제품 수를 늘리기보다 고효능 성분과 사용 경험을 정교화하는 쪽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글로벌 제품과 브랜드 전략으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됐다. 뤼 CDMO는 한국 클리닉의 스킨부스터에서 영감을 받은 스킨수티컬즈의 펩타이드 세럼, 한국의 ‘글래스 스킨’ 선호를 반영한 로레알파리 제품 등을 예로 들었다. 한국 브랜드의 해외 확장 측면에선 3CE와 닥터지를 언급하며 로레알이 로컬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이 K-브랜드를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닥터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뤼 CDMO는 “닥터지는 로레알 포트폴리오에 합류한 뒤 18개월 만에 50개 해외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다수 국가로 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레알과 한국의 협력은 트렌드 발굴을 넘어 기술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뤼 CDMO는 한국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Prinker Korea)와 3D 아이브로우 기술을 공동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협력 범위는 스타트업 생태계로도 넓어졌다. 로레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AI·바이오테크·지속가능성 분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단지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 아니라 뷰티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곳”이라며 “서울에서 나온 혁신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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