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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기술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나라가 스스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키워가는 일입니다.”
국내 백신 기업들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제조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기반 구축으로 글로벌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GC녹십자는 화순 백신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파트너 확보에 나섰고, 유바이오로직스는 2억6600만 도즈 이상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OCV) 공급 경험을 접합백신과 위탁생산, 해외 기술이전으로 연결하고 있다.
백신 공급망의 취약성과 생산역량의 지역 편중이 글로벌 보건 과제로 부상하면서 생산 경험과 공정기술 자체가 새로운 협력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저소득국에서 현지 백신 생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국내 백신 기업의 제조·품질관리 경험을 현지 생산시설과 연결할 기회도 커지고 있다.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은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과 14일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2026 ADB-RIGHT 바이오 생산공정 실습교육 수료식 및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라이트재단과 ADB, 국제백신연구소(IVI)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와 18개국 교육생 등이 참석했다.
GC녹십자, 화순 백신 생산기지 기반…연간 5000만 도즈 이상 생산
GC녹십자가 백신 생산 경험과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파트너십 확대에 나선다. 자체 백신 공급을 넘어 해외 현지 생산 역량 구축에 제조기술을 연결해 글로벌 백신 사업의 외연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 VX팀 기호재 매니저는 회사의 백신 사업과 생산시설, 글로벌 기술이전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백신 기술이전을 위한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기술이전 협력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완제품 수출에서 나아가 제조기술과 생산 경험을 해외 파트너에게 이전하는 사업모델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GC녹십자가 제시한 경쟁력은 장기간 축적한 백신 개발·생산 경험이다. GC녹십자는 인플루엔자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수두백신 ‘배리셀라주’,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등을 주요 백신 포트폴리오로 확보하고 있다.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와 ‘배리셀라주’는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획득했으며, ‘배리트락스주’는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백신 생산의 중심은 화순공장이다. 화순공장은 백신 생산과 무균 충전·완제를 수행하며 바이알과 프리필드시린지 생산이 가능하다. GC녹십자는 화순공장에 mRNA 전용 GMP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mRNA 원액(Drug Substance, DS)을 포함한 mRNA 의약품 생산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기 매니저는 “화순공장에서 인플루엔자 백신과 수두백신 등을 연간 5000만 도즈 이상 생산하고 있다”며 생산 역량을 강조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글로벌 확장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GC녹십자의 2024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0.4%였으며, 2025년 말 기준 R&D 인력은 425명이다. 이 가운데 석·박사 인력은 297명이다.
GC녹십자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9913억원이다. 회사는 상업화 제품 150개 이상을 확보해 7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글로벌 매출 19억 달러 이상, 진출 국가 80개국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 매니저는 “매년 매출의 약 10%를 R&D에 투자하며,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면서 “2030년에는 80개국 이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유바이오로직스, 콜레라 백신에서 접합백신·CDMO로 확장
유바이오로직스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으로 축적한 글로벌 공급 경험을 접합백신 플랫폼과 위탁생산, 기술이전으로 확장하고 있다. 52개국 이상에 2억6600만 도즈 이상의 콜레라 백신을 공급한 경험을 기반으로 완제품 공급을 넘어 현지 백신 제조 기반을 구축하는 기술 파트너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국제협력팀 김민정 선임은 “유바이오로직스는 플랫폼과 제조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단순한 공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이전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비콜’, ‘유비콜-플러스’, ‘유비콜-S’ 등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를 받은 콜레라 백신을 공급해 왔다. 특히 ‘유비콜-S’는 항원 구성과 제조공정을 단순화해 기존 제품보다 생산수율을 약 40% 높인 제품으로, 2024년 4월 WHO PQ를 획득했다.
회사는 콜레라 백신 생산에서 확보한 제조 역량을 장티푸스와 수막구균 등 접합백신으로 넓히고 있다. 핵심은 자체 생산하는 운반단백질 rCRM197을 활용한 접합백신 플랫폼 ‘EuVCT™’다. 다당류 항원을 운반단백질과 결합해 T세포 의존성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면역원성과 면역기억 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김 선임은 “CRM197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접합백신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며 “이 역량은 자체 백신뿐 아니라 파트너사의 백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용 나노리포좀 면역증강 시스템 ‘ECLS/ECLSQ’도 사업 확장의 한 축이다. 이 시스템은 코로나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대상포진을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니파바이러스, 말라리아 후보물질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조 인프라도 사업 확대의 기반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춘천 C·V플랜트에 200~1000L급 다목적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V플랜트에는 2000L 규모 접합백신 생산설비도 갖추고 있다. 원액(Drug Substance, DS)과 완제의약품(Drug Product, DP)을 포함한 전체 연간 생산능력은 2억 도즈 이상이다. 향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세 번째 생산시설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김 선임은 “임상 초기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지원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며 “기술이전과 스케일업, 품질시험, 밸리데이션, WHO PQ 등 규제 지원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력 방식도 원액 공급·기술이전, 위탁개발·생산(CDMO) 및 계약생산, 라이선스인·공동개발 등 세 갈래로 확대했다. 가나와 러시아,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신 제조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로코에서도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파트너가 보유한 현지 GMP 생산시설과 시장 접근 역량에 자사의 원액 공급·제조기술을 결합해 현지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김 선임은 “현지 파트너가 GMP 시설과 시장 접근성을 갖추면 유바이오로직스는 원액 공급과 제형·충전완제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며 “CDMO에서는 제품의 지식재산권과 사업권은 파트너가 유지하고, 유바이오로직스가 GMP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ADB-RIGHT 바이오 생산공정 실습교육을 수료한 파키스탄의 사르파라즈 알리 실로(Sarfaraz Ali Seelro) 교육생은 “이번 교육을 통해 백신 제조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각국 참가자들과 지식을 나눌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을 자국의 백신 생산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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