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약가 인하 후폭풍 우려…"약가 절감보다 사회적 비용 더 클 수도"
유통협, 제약사에 '유통마진 정책 협조' 요청…"상생 기조 유지해야"
회수·보상 기준 미비에 병·의원·약국·도매 행정부담…"실무지침 마련 시급"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03 06:00   수정 2026.08.03 06:01
약가 인하 시행으로 회수·보상과 재고관리 등 의약품 공급망 전반의 행정·물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8월 1일 약가제도 개편 시행으로 제약업계의 수익구조 변화가 본격화한 가운데,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는 회수·보상 기준 미비에 따른 공급망 전반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약가 인하를 이유로 유통마진을 축소하거나 불리한 거래조건을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제약사에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유통마진 문제를 넘어 명확한 회수·보상 기준과 실무 절차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병·의원과 약국, 유통업체, 제약사 모두에게 상당한 행정·물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최근 제약사에 '약가 인하와 관련한 유통마진 정책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약가 인하에 따른 부담을 유통업계에 전가하지 말고 기존 협력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공문에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물류비 상승, 유통 인력 부족 등으로 의약품 유통업계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약가 인하까지 시행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와 유통업계가 오랜 기간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만큼, 약가 인하를 이유로 유통마진을 축소하거나 판매정책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의약품 유통체계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상생 기조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공문은 약가제도 개편 시행을 앞두고 발송됐다. 약가제도 개편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으며, 제네릭 의약품 최고 약가를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고 후발 제네릭에 적용하는 계단식 약가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후발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고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 인하의 영향이 유통마진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재고 처리와 차액 보상, 회수 절차 등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망 전반에 예상보다 큰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가 인하가 시행됐지만 회수 대상과 보상 기준, 처리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병·의원과 약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기관은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존 재고를 구분한 뒤 반품 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도매와 제약사에도 반복적으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정상적인 진료와 조제 업무 외에 상당한 행정업무와 인력, 시간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역시 의약품 회수와 검수, 재고관리, 정산, 제약사와의 재협의 등 대규모 추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제약사 또한 보상과 정산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약가 인하에 따른 부담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약가 인하는 단순히 의약품 가격이 조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요양기관과 유통업체, 제약사 모두에게 상당한 행정·물류 비용을 발생시키는 구조"라며 "특히 약가 인하 폭이 크지 않은 품목의 경우 약가 절감 효과보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통마진 문제를 넘어 정부와 제약사가 명확한 회수·보상 기준과 실무 절차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개선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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