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해외직구·혼합노출·재활용 소재 위험 경고
SCHEER, “화장품 안전, 성분 관리만으론 부족”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03 06:00   수정 2026.07.03 06:01

화장품 안전관리의 범위가 개별 제품과 성분을 넘어 유통 경로, 복합 노출, 포장재와 폐기 이후 단계까지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규제 밖의 제품이 국경을 넘고, 기준치 이하의 여러 화학물질이 동시에 노출되며, 재활용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유해물질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 보건·환경·신흥 위험 과학위원회(SCHEER)는 최근 ‘신흥 보건 및 환경 문제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새롭게 주목해야 할 위험 12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유럽 시장에 등록되거나 허가되지 않은 화학물질 노출, 화학물질 혼합물, 나노플라스틱 등은 가장 높은 우선순위인 3점을 받았다. 앞서 신흥 문제로 다뤘던 재활용 재료 내 화학물질도 여전히 관리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류됐다. 화장품 산업은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포장, 온라인 유통이 모두 맞물린 산업이기 때문에 관련 위험이 제품 개발부터 판매, 사용 후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유럽연합 SCHEER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해외직구·혼합 화학물질 노출·재활용 소재와 나노플라스틱 등을 화장품 안전관리에서 주목해야 할 신흥 위험으로 지적했다.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유통이 만든 규제 공백

SCHEER가 우선 주목한 것은 유럽 시장에 등록되거나 허가되지 않은 화학물질의 유입이다. 비유럽연합 소매업체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현지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도 시장에 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도 주요 대상 중 하나로 언급됐다.

관련 물질로는 프탈레이트, 단쇄 염화파라핀(SCCPs), 중금속 등이 제시됐다. 문제는 제품 자체의 위해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직구나 무재고 위탁판매는 기존 수입·유통망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 규제기관이 성분과 안전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준 미충족 제품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탁판매 이용 기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럽연합의 비식품 위험제품 신속경보 시스템인 ‘EU 세이프티 게이트’의 2023년 경보 사례에서 화장품은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장난감은 13%, 자동차는 12%, 전기제품 및 장비는 10%, 의류·섬유·패션용품은 8%였다.

위험 유형별론 화학적 위험이 51%로 가장 많았다. 부상 위험은 21%, 질식과 환경 위험은 각각 8%, 감전은 6%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유럽에서 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의 안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제체계 밖에서 거래되는 제품이 늘수록 제조국과 판매국의 기준 차이, 판매자 책임, 제품 추적 가능성이 핵심 안전요소로 떠오른다. SCHEER가 이 문제를 높은 우선순위로 분류한 것도 통제의 한계와 인간 건강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함께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나씩 안전해도 안심 못해

유통 단계의 공백을 통과한 제품이 개별 안전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인간과 생태계는 실제로 하나의 화학물질이 아니라 수십 종, 많게는 수백 종의 화학물질이 섞인 환경에 노출된다. SCHEER는 그럼에도 규제상 위험평가가 여전히 화합물을 하나씩 평가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도 화학물질 혼합물의 발생원 중 하나다. 사용 후 자연환경과 농업·도시 환경으로 배출되면서 농약, 의약품, 살생물제, 산업용 화학물질 등 다른 물질과 섞일 수 있다. 소비 단계에서도 한 사람이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헤어·바디 제품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노출 환경은 단일 성분 시험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성명서는 대다수 혼합물 실증연구에서 혼합물의 위험이 같은 농도로 존재하는 개별 성분의 위험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각각의 화학물질이 단독으로는 측정 가능한 영향을 일으키지 않는 양이라도, 혼합 노출에선 농도와 독성학적 효력, 성분 수에 따라 인간 또는 환경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 개별 물질이 현행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복잡한 혼합물까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는 개별 성분의 기준치 충족 여부만 확인해선 안된다. SCHEER는 혼합물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잠재적 위험도 크다며 위험평가와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할 높은 우선순위 사안으로 분류했다. 예정된 유럽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제한 제도(REACH) 개정에서도 혼합물에 추가 안전계수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도 화학 안전부터

환경 부담을 낮추기 위해 확대되는 재활용도 화학물질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운 노출 경로가 될 수 있다. SCHEER는 폐기물의 화학적 구성과 2차 원료 회수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데 비해 관련 지식과 모니터링, 규제 통제는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 소비재엔 의도적으로 첨가된 물질뿐 아니라 비의도적 첨가물질과 사용·노화 과정에서 생긴 분해생성물도 있다. 그러나 제품이 재활용 단계로 넘어가면 과거에 사용된 물질이나 공개되지 않은 첨가제, 불순물에 관한 정보는 불완전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우려물질이 재활용 소재를 거쳐 새 제품에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이유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나노플라스틱도 별도의 고위험 문제로 분류됐다. 일회용품과 포장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플라스틱 사용이 발생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노출 수준과 영향은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 미세플라스틱과 달리 시료 채취와 측정 방법이 확립되지 않아 환경 노출량은 물론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노플라스틱은 생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며, 세포 구조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SCHEER는 유해 화학물질을 대체하고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을 높이는 것, 제품과 폐기물에 포함된 물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안전한 재활용과 재사용을 지원하도록 규제체계를 갱신하는 것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이제 뷰티 산업의 안전관리는 제품 성분을 넘어 유통, 사용, 배출,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까지 아우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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