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와 먼저 대화하라”…신약 개발 성공률 높이는 규제전략은?
안해해영 대표, 동국대 글로벌 신약개발 BOOT CAMP서 FDA 허가전략 강연
희귀질환·가속심사·AI 활용까지 FDA 최신 변화 소개
“규제전략은 선택 아닌 필수…FDA와 조기 소통이 성공 가능성 높여”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01 06:00   수정 2026.06.01 06:01
 안바이오컬설팅 안해영 대표가 ‘제1회 글로벌 신약 개발 BOOT CAMP’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력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제약·바이오기업에게는 FDA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규제전략(Regulatory Strategy)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안바이오컨설팅 안해영 대표는 최근 동국대학교 제약바이오산업학과·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가 주최하고 동국대학교 약학교육연수원이 주관한 ‘제1회 글로벌 신약개발 BOOT CAMP’에서 ‘FDA Perspective: Optimizing Drug Development Through Regulatory Strategy and Effective FDA Engagement’를 주제로 발표하며 FDA 관점에서 바라본 신약개발 전략과 효과적인 소통 방안을 소개했다.

안 대표는 발표를 통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규제전략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FDA와의 조기 소통, 가속심사 프로그램 활용, 희귀질환 개발 전략, AI 기반 심사 환경 변화 등 국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를 설명했다.

그는 “FDA는 단순히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신약개발 과정에서 함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초기 단계부터 FDA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비용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최종 허가까지 도달하는 성공률은 매우 낮다.

안 대표는 특히 항암제 개발의 경우 성공률이 평균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업들이 제한된 자원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 초기부터 규제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임상시험과 규제전략을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FDA 심사 과정에서는 임상, 비임상, CMC가 하나의 패키지로 평가된다”며 “FDA가 어떤 데이터를 요구하는지, 어떤 허가 경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리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FDA는 제품 유형에 따라 다양한 허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저분자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NDA(New Drug Application)를 통해 허가를 신청하며, 승인 이후 5년의 시장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단클론항체,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은 BLA(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통해 허가를 신청하며 최대 12년의 시장독점권이 부여된다.

안 대표는 허가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자주 활용하는 개량신약 경로인 505(b)(2) 전략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505(b)(2)는 기존 승인 자료를 일부 활용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는 추가적인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이 요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505(b)(2)가 항상 빠른 길은 아니다”라며 “개발 초기부터 FDA와 논의하면서 가장 적절한 허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내용은 FDA의 가속심사 프로그램(Expedited Programs)이었다.

FDA는 중대한 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패스트트랙(Fast Track), 브레이크스루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재생의료첨단치료제(RMAT),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 가운데 패스트트랙이 국내 기업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은 중대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면서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 가능성을 제시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반드시 확정적인 임상 결과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잠재적 가능성을 입증하는 수준의 자료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의 가장 큰 장점은 롤링 리뷰(Rolling Review)다.

일반적인 NDA나 BLA는 모든 자료를 준비한 이후 일괄 제출해야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시에는 준비가 완료된 자료부터 순차적으로 제출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일정과 심사 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브레이크스루 치료제 지정은 패스트트랙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기존 치료법 대비 의미 있는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가 필요하며, 지정 이후에는 FDA와 더욱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브레이크스루 치료제 지정은 FDA가 해당 제품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라며 “FDA와의 소통 기회가 확대되고 개발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가속심사 프로그램을 단순한 ‘지름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속승인 제도다.

가속승인은 대리평가지표(Surrogate Endpoint)를 활용해 조기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승인 이후 반드시 확증임상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FDA는 확증임상 실패 시 허가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했다.

안 대표는 “가속승인은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처음부터 확증임상 전략까지 포함해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분야로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전략이 제시됐다.

안 대표는 FDA가 승인한 신규 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승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승인 기업 상당수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아닌 중소 규모 바이오텍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미국 기준 환자 수 20만 명 미만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오펀드럭(Orphan Drug) 지정 시 7년 시장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자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FDA 허가 신청 수수료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부담이 큰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점이다.

안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정면 경쟁하기보다는 희귀질환 영역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FDA를 ‘규제기관’으로만 인식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FDA가 무엇을 생각할지 추측하기보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개발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Pre-IND Meeting은 FDA와 처음으로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전략적 회의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개발 계획과 주요 질문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FDA의 피드백을 토대로 이후 개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안 대표는 가장 중요한 미팅으로 End-of-Phase 2 Meeting을 꼽았다.

임상 3상은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단계인 만큼 FDA와 충분히 협의해 시험 설계와 평가변수, 환자 수 등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FDA 심사 경험상 End-of-Phase 2 Meeting은 사실상 임상 3상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회의”라며 “이 시점에서 FDA와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DA의 최신 변화도 소개됐다.

최근 FDA는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문서 검토와 이상사례 분석, 임상시험 데이터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심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안 대표는 AI 역시 최종적으로는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심사 업무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수행한다”며 “AI 활용 확대가 심사 품질 관리와 검증 과정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FDA는 최근 Complete Response Letter(CRL) 공개 범위를 확대하며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밀정보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FDA 정책과 규제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새로운 제도와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글로벌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명확한 규제전략 수립, FDA와의 조기 소통, 가속심사 프로그램의 전략적 활용, 그리고 임상·비임상·CMC 조직 간 협업 등이다.

그는 “규제전략은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고려하는 요소가 아니라 신약개발 시작 단계부터 함께 설계해야 하는 필수 요소”라며 “FDA를 파트너로 활용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성공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안해영 대표이사.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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