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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D제약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공익신고와 언론 보도를 거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관되면서 본격적인 재수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이 직접 작성·관리한 내부 보고 시스템에는 의사의 실명, 방문 날짜, 나눈 대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고, 학회 지원을 조건으로 신약 처방을 약속받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한다. 특정 국제학술대회에 '다이아몬드 등급'으로 2억 원을 후원하고, 학회가 끝난 뒤 신약 도입 결정에 감사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제약사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현재 수사는 제약사 본사뿐 아니라, 학회 지원금 형태로 금원을 수령한 의사들을 향해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연루된 의사만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 사무실에도 관련 문의가 상당수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묻는다. “제3의 재단을 통해 학회 지원금을 받은 것인데, 이것이 왜 리베이트로 문제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형식상 ‘제3자 지급’이라는 구조가 개입된 경우에도 왜 법적 리스크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의사가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평가받게 되는지를 차례로 짚어보고자 한다.
지금 의사들이 소환되는 이유
이 사건의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 영업직원이 의사에게 직접 현금 봉투를 건넨 것이 아니다. 의사가 참석하는 학회에 제약사가 후원금을 지급하거나, 제3의 재단을 통해 강연료·자문료 형식으로 대가가 지급되는 구조다. 언뜻 보면 합법적인 학술 지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적 판단은 형식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원의 외형이 어떠하든, 그 내부에서 처방과 경제적 이익이 교환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사가 학회 지원 금액을 직접 요구하고, 영업직원이 처방을 전제로 지원을 약속하며, 학회 이후 실제로 특정 신약의 처방이나 도입이 이루어졌다는 흐름이 문서나 메시지로 남아 있다면, 이는 단순한 학술 지원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지급의 형식이 아니라 지급의 목적과 그 흐름이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의사들에 대한 소환 통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것은 “어떤 이름으로 돈이 지급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떤 대가로 지급되었는가”라는 점이다.
학회 지원'은 왜 리베이트가 되는가
약사법 제47조는 의약품 공급자가 의약품 채택·처방 유도·거래 유지 등 판매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료인이 이를 수수하는 것도 금지한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이다.
대법원은 이 개념을 외형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해석해 왔다. 이른바 '시장조사 명목 리베이트' 사건(대법원 2014도9702)에서 대법원은 형식상 설문조사 용역의 대가라는 외피가 있더라도, 그 실질이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 제공이라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제공자 측에 판매촉진 목적이 있으면 충분하고, 수수자인 의사가 그 목적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수수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행사를 통한 강연료 지급' 사건(대법원 2014도17823)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제약사가 대행사에 용역비를 지급하고, 대행사가 의사에게 강연료 형식으로 대가를 지급한 구조였다. 계약서와 강연 결과물이 갖추어져 있었음에도, 대법원은 그 형식상 계약이 실질적으로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 제공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판례의 흐름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학회 지원”이라는 이름이나 “합법적 판촉 활동”이라는 외형은 그 자체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처방과 지원 사이에 목적과 대가의 흐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판매촉진을 위한 것인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그 연결고리가 포착되는 순간, 언제든지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3자가 지급했어도 나는 무죄가 아니다
"제약사가 나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학회에 후원한 것인데, 그게 왜 나의 문제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이 논리는 직관적으로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법원은 이미 이 주장을 여러 차례 기각해 왔다.
약사법은 '직접' 지급만을 규율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 지급, 우회 경로를 통한 경제적 이익의 귀속도 동일하게 포섭된다. 핵심은 지급 경로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누가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 그 이익이 판매촉진 목적과 연결되어 있는지다. 의사가 참석하는 학회에 수억 원이 후원되고, 그 결과 의사의 학회 참가 비용이 절감되거나 학회 개최 자체가 가능해졌다면, 그 경제적 이익은 결국 의사에게 귀속된다고 평가될 수 있다.
최근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지급 방식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법인을 설립하고 배당금이나 허위 급여 형태로 이익을 흘려보내거나, 학회·재단, 리서치 업체를 매개로 우회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수사기관은 이 구조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 지급 경로가 복잡할수록 수사는 오히려 더 세밀해지고, 내부 문서와 금융 흐름 추적으로 실질 귀속 관계를 재구성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제3자를 통해 지급된 금원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단이나 리서치 회사가 정당한 근거에 따라 의사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의사가 이에 상응하는 업무를 실제로 수행했으며, 그 과정에 제약사의 개입이나 판매촉진 목적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얼마든지 합법적인 거래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누가 돈을 줬는지가 아니라, 왜 그 돈이 지급되었는가에 있다.
수사 과정에서 방어하기 어려운 지점들
리베이트 사건에서 의사 입장의 가장 전형적인 방어 논리는 "나는 단지 학회 후원을 받았을 뿐이고, 처방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건에서는 그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한다.
예컨대, 내부 보고서의 존재다. 영업직원이 직접 작성한 기록에 의사와의 대화 내용, 지원 조건, 처방 약속이 명시되어 있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그 문서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대법원은 대가성 입증의 핵심이 결국 '목적을 드러내는 내부 문건'에 있다고 보아 왔다.
처방 데이터와의 연동 또한 복병으로 등장한다. 학회 지원 시점과 특정 신약의 처방 증가 시점이 맞물리고, 그 패턴이 다른 의사들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면, 이는 단독으로는 대가성의 직접 증거가 되지 않더라도 내부 문건과 결합될 때 설득력이 급격히 커진다.
진술의 일관성 또한 문제다. 수사는 통상 수년에 걸친 사건을 다루고, 학회 지원이 여러 차례 반복된 경우라면 기억이 불명확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과 객관적 기록 사이의 불일치가 누적될 때, 이것이 방어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일관된 진술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맺음말: '관행'이라는 인식이 가장 위험하다
"제약사 학회 지원은 다들 받는 거 아닌가." 이 생각이 지금 이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이 가진 가장 일반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이 가장 위험하다.
법은 관행을 면죄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했다는 사실은 범죄의 성립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조직적·반복적 행위로 평가되어 처벌의 근거가 된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확인해 온 것처럼, 외형이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실질이 판매촉진 목적의 경제적 이익 수수라면 법은 그 실질을 본다.
이번 사건에서 이미 수사를 받고 있거나 소환 통보를 받은 의사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자신이 받은 지원의 형태와 내용, 당시의 처방 패턴, 제약사 영업직원과의 교류 기록 등을 스스로 점검하고, 그 정황에 대한 정확하고 일관된 사실관계를 파악해 두는 것이다. 수사 초기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이후 재판에서의 방어 가능성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승준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액시스, (구) BHSN)
사법시험 46회, 사법연수원 36기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동 경영대학원
(전)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전)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전)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회 위원
(현)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전)법무법인 LK파트너스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