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산업이 생산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완제의약품 생산 구조의 변화와 원료·한약재 분야의 구조적 한계가 동시에 확인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2025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의약품 생산액은 32조 8,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수출액은 12조 6,749억원으로 28.2% 늘었고, 수입액은 11조 5,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의약품 무역수지는 1조 1,664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며, 시장규모는 31조 6,96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수출이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의약품 산업은 다시 무역흑자 구조로 전환됐다. 완제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확대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출 증가 폭에 비해 내수 시장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수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구조도 함께 드러났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생산·수출·수입 전반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완제의약품 대비 수출 비중이 높고, 글로벌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이며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완제의약품 분야에서는 생산 구조의 변화가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완제의약품 전체 생산액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제약사 1곳당 평균 생산 품목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완제의약품 1개 품목당 평균 생산액은 같은 기간 꾸준히 확대됐다. 이는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제약사별 생산 품목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완제의약품 생산 지표 개선이 산업 전반의 공급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료의약품과 한약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수입 비중이 높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재 산업은 생산 규모에 비해 수입액 비중이 크게 나타나며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구조를 이어가고 있고, 원료의약품 역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산업 외형이 확대되는 가운데, 품질·안전 관리 부담 역시 지속되고 있다. 의약품 제조·수입업체에 대한 약사감시 결과에서는 자가품질관리 미이행, 제조·품질관리시설 미비, 표시·광고 위반 등 반복적인 위반 유형이 여전히 확인됐다. 산업 규모 확대와 함께 관리·감독의 중요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통해 국내 의약품 산업이 외형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은 분명하지만, 원료·한약재 분야의 수입 의존 구조와 품질 관리 부담이라는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부각됐다고 평가한다. 향후 의약품 산업 정책 역시 수출 확대 성과를 유지하는 한편, 공급망 안정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