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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핵심 경쟁력인 산업 특성상, 생성형 AI(Generative AI) 한계를 넘어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전환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전략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AWS(아마존웹서비스)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AWS re:Invent 2025’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AWS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로, 클라우드·데이터·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기술 전략과 산업별 활용 사례를 공개하는 자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지에스 어소시에이츠(ZS Associates) 로라-엘리사 몬테알레그레(Laura-Elisa Montealegre) 상무는 행사의 제약바이오 트랙 연사로 나서 ‘차세대 데이터 관리: 제약 산업에서 에이전틱 AI를 통한 대규모 인사이트 도출(Next-Generation Data Management: Insights at Scale with Agentic AI in Pharma)’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발표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데이터 한계와 에이전틱 AI가 실제 업무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응답형 인공지능을 말한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인식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형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몬테알레그레 상무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데이터 정확도는 생존 문제에 가깝다”면서 “임상시험 설계, 규제 제출 문서, 논문 작성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불확실한 결과를 전제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반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이 보여주는 70% 수준의 정확도는 실무 적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제약바이오 데이터는 단순한 텍스트나 숫자가 아니다”라며 “데이터가 생성된 배경, 적용 규칙, 전문 용어의 사용 맥락까지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업무 프로세스 위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AI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업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AWS가 공개한 설문 결과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했다. 글로벌 제약사 CIO(최고정보책임자) 약 90%는 ‘AI 도입’ 자체보다 ‘프로세스 재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AI를 질문에 답하는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목표를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몬테알레그레 상무는 “에이전틱 AI의 핵심은 자동화가 아니라 자율성”이라며 “AI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실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즉, AI를 질문에 대한 응답 도구로만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사용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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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와 지에스 어소시에이츠가 제시한 해법은 ‘AI for data(데이터를 위한 인공지능)’와 ‘data for AI(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라는 이중 접근이다. 데이터를 AI에 투입하는 것만이 아니라, 데이터의 계보(Lineage), 조직별 비즈니스 규칙, 전문 용어의 사용 맥락을 메타데이터(Metadata) 형태로 구조화해 관리하는 전략이다.
몬테알레그레 상무는 이를 ‘메타데이터 레이크(Metadata Lake)’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메타데이터 레이크는 AI가 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출처와 구조, 적용 규칙, 용어의 의미 등 맥락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저장·관리 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도메인 메타데이터와 비즈니스 규칙이 결합된 에이전틱 AI를 업무에 적용한 결과, 특정 분석·추론 정확도가 범용 LLM 대비 크게 개선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정확도가 98%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내부 참고용을 넘어, 임상 운영이나 규제 대응 문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에이전틱 AI 기반 워크플로의 효과는 운영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아키텍처 설계와 분석 중심 업무에서 40% 수준의 효율 개선이 나타났으며, 단계별로는 30~60% 수준이 개선됐다.
특히 제약 IT 환경에서 부담이 큰 테스트 단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를 적용하면서 테스트 속도가 약 75% 개선됐다. 임상시험 시스템이나 파이프라인 관리 플랫폼 구축 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수치다.
몬테알레그레 상무는 “이 같은 변화는 에이전트가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판단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테스트와 검증 단계의 시간 단축은 특히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CRO 기관 IQVIA(아이큐비아)와의 협업 사례도 소개됐다. 대규모 임상 문서 작성이 필요한 대형 임상 환경에서 임상 프로토콜과 피험자 설명·동의서(ICF), 통계분석계획서(SAP) 등 문서 작성 과정에 에이전틱 AI를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자와 실무진 대부분은 반복적인 문서 작업에서 벗어나 임상 설계와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몬테알레그레 상무는 “앞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에이전틱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도메인 지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디지털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약학, 임상, 규제 전문가가 AI 학습과 검증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갖춰야 실무에서 요구되는 신뢰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자 데이터 보호와 기관 간 협업을 동시에 고려한 보안과 데이터 주권 전략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AWS는 행사에서 목표만 제시하면 사람의 개입 없이 장시간 자율적으로 판단·실행할 수 있는 차세대 AI 에이전트 ‘프런티어 에이전트(Frontier Agents)’를 공개했다. 자율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여러 작업을 병렬로 수행하며, 소프트웨어 개발·보안·운영 전반에서 병목을 줄이고 개발 라이프사이클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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