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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기술수출이 대형 계약을 중심으로 흐름을 이어갔다. 단발성 파이프라인 이전보다 플랫폼과 모달리티 경쟁력을 앞세운 거래가 잇따르며 기술수출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복 가능한 기술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규모는 12월 기준 약 20조원 수준에 도달했다. 계약 건수는 20건 안팎으로 과거 정점 대비 많지 않았지만, 개별 계약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체 금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수출 무게 중심이 규모와 질로 이동한 결과다.
올해 기술이전 중심에는 플랫폼 보유 기업들이 자리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투과 기술인 ‘그랩바디-B’를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와 연이어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상반기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4조원 규모의 계약을, 하반기에는 일라이 릴리와 최대 3조7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BBB 플랫폼의 상업적 가치를 입증했다. 단일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 자체가 거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제형 전환 기술 역시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ALT-B4’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스트라제네카 계열사와 최대 2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이력을 쌓아온 만큼, 제형 기술의 반복 활용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RNA 기반 기술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를 활용한 편집 플랫폼으로 일라이 릴리와 최대 1조9000억원이라는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올릭스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과 비만 치료 영역에서 RNA 간섭 기술을 최대 9000억원 규모에 이전하며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라이 릴리가 한국 기업의 RNA 플랫폼을 연이어 선택했다는 점은 글로벌 수요의 방향을 드러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도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에임드바이오는 신규 종양 표적 기반 ADC 자산을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하며 최대 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ADC 경쟁에 합류했다. ADC는 항체·약물·링커 기술이 결합된 고난도 영역으로, 플랫폼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중추신경계(CNS)와 퇴행성뇌질환 영역도 주요 무대였다. 최근 오스코텍과 아델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이전하며 최대 1조5000억원 기술수출을 만들었다. 타우 단백질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기전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영역이다.
대웅제약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차세대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아네라트리진(Aneratrigine)’을 니로다 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하며 통증 분야에서 의미 있는 거래를 만들었다. 계약 규모는 약 7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비-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 개발이 글로벌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이 해외 파트너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나이벡은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소바젠은 난치성 뇌전증 치료 후보물질을 각각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며 희귀·난치질환 영역에서 기술 경쟁력을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일동제약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 지놈앤컴퍼니, 에이비온 등도 항암·면역·신경계 질환 분야에서 기술이전 성과를 내며 기술수출 저변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술수출은 단순히 계약 건수가 늘어난 해가 아니라, 거래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 시점”이라며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이후 공동개발과 후기 임상까지 이어지는 협력 모델이 점차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수출은 이제 성과의 출발점에 가깝다”며 “앞으로는 실제 임상 성과와 마일스톤 이행 여부가 기업 가치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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