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소비, 효율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된다
민텔, 소비 키워드로 안티 알고리즘·새로운 젊음·애정 결핍 제시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21 06:00   수정 2025.10.21 06:01

효율이 중시되는 환경에 지친 소비자들이, 다시 사람 사이의 관계와 진짜 소통을 찾게 될 전망이다. 나이에 따라 사는 방식이 정해져 있던 시대는 사라지고  있어, 브랜드가 소비자 삶의 변화에 더 유연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은 최근 공개한 '2026년 글로벌 소비자 전망'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동화된 환경에서 자신이 통제권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으며, 브랜드가 효율성보다 인간 중심의 선택을 우선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텔은 내년 소비를 주도할 세 가지 키워드로 △안티 알고리즘(Anti-Algorithm) △새로운 젊은 세대(The New Young) △애정 결핍(The Affection Deficit)을 제시했다. 이 키워드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효율성과 자동화에 피로를 느끼는 동시에, 스스로 삶의 리듬을 조정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피로는 '소비자 주도권'으로 해소

반복되는 추천과 최적화된 콘텐츠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알고리즘 기반의 브랜드 경험에도 점차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텔은 이러한 흐름을 '안티 알고리즘(Anti-Algorithm)'으로 정의하며, 알고리즘이 개인화를 넘어 소비자의 선택과 표현을 제한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까지 획일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과 충성도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텔은 "브랜드는 알고리즘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자율성과 표현력을 보장하는 설계가 장기적 관계 형성에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민텔은 또 브랜드가 알고리즘 효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자의 주도권을 고려한 정보 탐색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화된 콘텐츠에서 벗어나 우연성과 창의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제안이다.

이 같은 피로감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피드 외에 친구 중심의 수동 피드를 병행하고 있으며, 구글 뉴스는 사용자가 직접 큐레이션하는 기능을 실험 중이다. 헤네시 X.O는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병 디자인을 소비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제품을 선보였다.

민텔은 "브랜드는 소비자가 언제 알고리즘 피로를 가장 크게 느끼는지, 권한 부여를 통해 어떤 차별화를 만들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한다"며 "브랜드의 적합한 위치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라"고 강조했다.


'젊음'은 나이가 아닌 태도

민텔은 두 번째 키워드로 '새로운 젊은 세대(The New Young)'를 제시했다. 인생 주기가 길어지고 전통적인 이정표가 희미해지면서, 결혼·출산·은퇴 같은 순서에 맞춰 살던 시대는 끝나고, 각자의 속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삶을 설계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 은퇴(micro retirement)'라는 개념에서도 드러난다.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잠시 일을 멈추거나, 일과 휴식을 교대로 설계하는 것으로, 기존 은퇴 연령대가 아닌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안정보다 균형을 중시하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 새로운 세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민텔은 소비자를 세대로 구분하기보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40대라도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휴식과 자기 돌봄에 집중하는 등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이처럼 다양한 리듬을 읽고,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에 맞는 언어와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브랜드 차원에서 커리어 전환·재교육·자기 관리처럼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변화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메시지가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에이징(Pro-Aging) 캠페인을 전개한 스트라이프스뷰티(Stripes Beauty)는 '나이 듦'을 숨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며 중년층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했다. 브라질의 뉴트렌 시니어(Nutren Senior) 역시 'I See Myself Pro-Age' 프로젝트를 통해 50대 이상 소비자의 활력과 자신감을 새로운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제시하며 신뢰를 얻었다.

민텔은 '젊음'의 의미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전과 호기심, 자기 성장의 의지를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젊음'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나이 대신 태도에 집중하고, 모든 세대가 스스로의 리듬으로 젊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서사를 제시할 때 더 넓은 공감과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는 '애정'을 복구해야 한다

기술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자동화된 응대 시스템과 알고리즘 콘텐츠는 편리함을 주지만, 감정의 여백과 인간적 온기는 사라졌다. 연결은 유지되지만 관계는 약해지는 상황이다.

민텔은 이 같은 현상을 '애정 결핍(The Affection Deficit)'으로 지칭했다. 빠른 반응과 짧은 주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점진적인 신뢰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예의와 감정적 교류가 점점 더 소모적인 행위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브랜드의 역할은 단순한 공감 표현을 넘어 '감정의 복원자'로 확장되고 있다. 민텔은 브랜드가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맺는 데 드는 심리적 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완벽하고 통제된 응대 대신 불완전함을 허용하고 감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애정의 범위를 확장하는 접근도 중요하다. 민텔은 현재 소비자들의 '애정'이 인간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반려동물, 자기애, 커뮤니티, 자연과의 관계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브랜드는 이런 다층적 관계망을 경험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소비자의 삶 속에서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 곧 브랜드 충성의 근간이 된다는 설명이다.

민텔은 "인간 관계가 점점 더 거래에 가까워지고 원거리에서 이뤄짐에 따라, 브랜드 전략은 가시성과 관련성을 넘어 감정적 연결과 문화적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서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브랜드가 더욱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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