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억1천만달러(약 155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그레일에 대한 전략적 투자 참여를 공식 발표하며, 바이오헬스 분야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밝혔다.
그레일은 증상이 없는 개인의 혈액을 채취해 혈중 순환 DNA(circulating DNA) 중 암 관련 미세 조각을 선별·분석함으로써 암의 발병 여부와 발생 장기 위치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조기 진단의 정확도와 예측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레일의 대표 제품 ‘갤러리(Galleri)’는 단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다중암 조기진단(MCED, Multi-Cancer Early Detection) 검사다.
그레일은 내년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갤러리 검사의 정식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며, 현재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함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로 삼성물산은 한국 내 ‘갤러리’ 검사 서비스의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으며, 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그레일과 협력 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삼성 헬스(Samsung Health)’ 플랫폼과 그레일의 유전체 기반 암 조기진단 데이터를 연계,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기능을 고도화하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추진한다.
그레일 하팔 쿠마르(Harpal Kumar) 해외사업총괄 사장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다중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는 갤러리 검사의 글로벌 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최근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으로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미국의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 기업 ‘C2N’과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 8호 펀드에 투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Element Biosciences)’에 투자했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ls)’를 인수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영역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