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도 25.6% 수준에 그쳤다. 특히 원료 수입국이 중국 37.7%, 인도 12.5%에 편중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필수 의약품 공급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 2024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4조 4,00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의 13.4%에 불과하다. 수출용 바이오 품목을 제외하면 실제 비율은 7.8%로 절반 가까이 낮아진다. 팬데믹이나 국제 분쟁 상황에서 해외 공급이 끊기면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쌍수 이니스트에스티 대표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현주소를 증언했다.
한 대표는 "국내 원료의약품은 대다수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고 있어, 팬데믹이나 지정학적 갈등 등 변수가 생길 때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로 몇몇 주요 성분은 수급 불안으로 의약품 생산 차질까지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원료의약품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산 규모의 한계로 인한 가격 경쟁력 부족 △R&D 투자 지원 부족 △GMP(우수제조관리기준) 및 국제 규제 대응 역량 미흡을 꼽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전략 품목을 선정하고, 해당 품목의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과 생산 인프라 확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 '원료의약품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이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에 원료의약품 기업 기준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틀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산된 원료가 국내 제약사에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나 공공조달 연계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으로 특정 원료를 자국 내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EU는 '유럽 원료의약품 생산 확대 전략'으로 공동 R&D 펀드와 생산설비 보조금을 지원한다"며 "일본도 '국가 필수 의약품 원료'를 지정해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음. 한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원료의약품을 단순한 산업 지원 차원이 아니라 보건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략적 관점에서 원료의약품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정부가 올해 3월부터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국가필수약 68% 약가우대 정책'을 시행했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신청 제약사와 신청 품목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정책 유인이 전혀 없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이제는 형식적인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원료의약품을 국가 보건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