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다, 그러나 더 엄격하다” 제약바이오 투자 어디로?
여전히 막대한 유동성…강화된 투자 기준, 후기 단계로 자금 쏠림
인체 PoC·임상 2상 데이터, 라이선싱·IPO 성패 좌우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30 14:52   수정 2025.09.30 16:27
신한투자증권 헬스케어팀 한종수 부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라이프 사이언스 위크 2025’ 부대행사의 연사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지난 30~40년간 제약바이오 산업은 사실상 미국 시장이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보험·약가 압박 속에서 대형 M&A나 고평가 IPO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기회를 찾고, 투자자들은 리스크 감내 수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 헬스케어팀 한종수 부장의 말이다. 한 부장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라이프 사이언스 위크 2025’에서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진단하며, “돈은 여전히 시장 안에 있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한쪽에만 몰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부장은 제약바이오 투자 환경을 △지속적 VC 자금 유입 △hPoC 중심의 대형 기술이전 △로열티 파이낸싱 심화 △제한적 IPO 회복 △중소형 M&A 지속,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한 부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에 여전히 막대한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대기자금)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글로벌 사모·벤처펀드의 미집행 자금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도 모태펀드와 기관 자금 덕분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초기 단계 기업보다는 임상 진입과 성과 데이터가 명확한 후기 단계 자산에 자금이 집중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PoC 없는 플랫폼 시대는 저물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에는 플랫폼만으로도 수천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잇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인체 대상의 PoC(hPoC)를 확보해야 대형 기술이전이나 라이선싱 아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ADC, 이중항체 등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편적으로 주목하는 기술이 된 만큼, 단순한 신규 플랫폼만으로는 투자 매력을 어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부장은 “플랫폼만으로 상장이 가능했던 시절은 끝났다”며 “이제는 인체 PoC, 특히 임상 2상에서 성과를 보여야만 라이선싱도, IPO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로열티 파이낸싱, 대안 자금조달로 확대

한 부장은 비희석(non-dilutive)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로열티 파이낸싱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텍이 미래 매출 일부를 투자자에게 보장하는 ‘합성(Synthetic) 구조’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희석 자금조달은 주식 발행 없이 자금을 확보해 기존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 방식이다. 합성 구조는 아직 출시 전 단계 자산의 예상 매출을 담보로 투자금을 받는 거래로, 위험은 크지만 성공 시 수익이 커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지만, 글로벌 최대 로열티 투자사인 Royalty Pharma가 최근에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Synthetic 거래를 체결하는 등 시장을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수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도 상업화 자산을 확보한 기업들이 벤처캐피탈이나 IPO 대신 로열티 파이낸싱을 검토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IPO, 제한적 회복

그는 팬데믹 시기 과열됐던 바이오 IPO 시장이 2022년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평균 공모금액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건수와 총액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부장은 “미국 시장은 저평가 기조가 지속되며 바이오텍 상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반면, 한국 시장은 코로나 시절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 모두 자금이 몰릴 곳에만 모인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M&A, 메가딜 줄고 중소형 거래 일상화

한 부장은 M&A 시장 전망에 대해서 ‘대형 부재’ ‘소형 일상화’라고 밝혔다. 2025년 들어서는 특허절벽 대응을 위한 파이프라인 보강형 중소형 딜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약가 인하 압박과 보험 시스템 개편 논의가 이어지며, 대형 거래의 명분과 실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약가 인하 압력과 보험 시스템 변화가 대형 거래의 명분과 실익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기관 제약바이오사업개발연구회가 부대행사로 마련한 ‘2025년도 제2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에서 진행됐다.

신한투자증권 헬스케어팀 한종수 부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