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접고 전략 남긴다”…AZ, 인도 공장 폐쇄 수순
CMO 매각 실패·구조조정 단행…R&D·판매 조직 유지하며 선택적 철수 택해
화이자·GSK·사노피도 저비용 생산기지 정리 중…생산 집중화와 자동화로 재편 가속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05 06:00   수정 2025.09.05 06:01

아스트라제네카가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유일한 현지 생산시설의 제조 허가권을 조기 반납하고, 수년간 추진해온 철수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화이자, GSK, 사노피, 노바티스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저비용 생산거점으로 여겨졌던 인도 및 신흥국 생산시설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파마 인디아(AstraZeneca Pharma India)는 현지 시각 9월 2일, 자사의 제조 라이선스를 인도약품통제청(Drugs Controller and Licensing Authority)에 공식 반납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봄베이 증권거래소(BSE)를 통한 공시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당초 2027년 12월까지 유효했던 제조 허가는 약 2년가량 앞당겨 종료된다.

해당 생산시설은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위치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유일한 제조기지로, 1979년 설립 이래 약 45년 이상 운영돼 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부터 해당 공장을 ‘완전 가동 상태’로 매각해, 추후 계약 제조사(CMO)가 기존 제품의 생산과 포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2024년 6월 공시를 통해 "적절한 CMO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각 전략은 무산됐으며, 회사는 여전히 부지 매각을 위한 새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1월 공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해당 생산기지의 완전 철수에 최소 1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5년 3월 말 기준 보고서에서는 1분기 동안의 폐쇄 관련 지출이 6억 3640만 루피(한화 약 96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으며, 전체 철수 시점은 다음해 3월) 내로 설정했다.

해당 공장은 ‘동남아 최고 수준의 제조시설’로 불려 왔으며, 인도 내 약 45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던 거점이었으나, 철수에 따라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특히 2024년 12월에는 125명이 감원되었고, 그에 앞선 2023년 3월에도 103명이 감원된 바 있다. 이는 명백한 생산 조직 축소 및 고정비 최적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인도 철수 결정은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빅파마들은 인도 및 신흥국 생산기지를 정리하고 핵심 거점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화이자(Pfizer)는 2023년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항생제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해당 자산을 외부 계약 제조사로 넘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중국 및 동남아 일부 공장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미국 내 대규모 생산기지 확충에 더 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GSK는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시설 통합에 돌입하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공장의 일부 폐쇄 또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면역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소화기·항생제 계열 제품군의 자체 생산을 점진적으로 종료하는 중이다.

사노피(Sanofi) 역시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한 일부 원료의약품(API) 제조시설을 폐쇄하고, 프랑스 내 스마트팩토리 중심의 생산재편에 나섰다. 특히 사노피는 '품질 관리 자동화'를 핵심으로 하는 공장 운영 고도화에 집중하며, 공급망 유연성 확보를 우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바티스(Novartis)는 인도 고아 지역의 생산공장을 2022년 매각한 데 이어, 헝가리·아일랜드 등 유럽 주요국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통합 중이다. 고정비가 낮은 CMO 네트워크와의 협력 비중을 확대하면서도, 핵심 의약품은 자사 공장에서 고품질로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전 세계 생산 분산 → 집중화’로의 전략 전환이다. 과거에는 각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두어 유연성과 접근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고정비 절감과 공정 표준화를 중심으로 전략이 선회되고 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인도 내 생산 철수를 진행하면서도 현지 R&D 및 영업 활동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아시아 지역 내 임상시험·허가 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지역이며,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다수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에 대해 인도에서 임상시험을 수행 중이다.

또한 인도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 중 하나로, 고가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시장 공략이 계속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생산 철수는 운영 효율성 관점의 선택이며, 판매나 마케팅 거점 철수는 아니란 점에서 '선택적 철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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