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릭스 독주 속, 국내 5개사 '대상포진 백신' 개발 도전
고령화와 면역저하, 폭발하는 대상포진 백신 수요
시장 규모 지난해 약 6조6700억원…2030년 15조7000억원 규모 전망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03 06:00   수정 2025.09.03 09:14
차백신연구소, 진매트릭스,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큐레보백신이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평생 인구의 3분의 1이 겪는 대상포진, 그 예방 시장이 고령화 사회와 함께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부상했다. 기존 백신의 공백과 한계를 기회로 삼아, 국내 기업들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전 세계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는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신경절에 잠복하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재활성화돼 피부 발진과 극심한 신경통을 유발한다. 일반 인구 약 3분의 1은 평생 한 번 이상, 85세까지는 절반이 대상포진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24년 47억8000만 달러(약 6조6700억원)로 평가됐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7% 성장해 2030년에는 112억6000만 달러(약 15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고령화와 보건 접근성 확대에 힘입어 2025~2030년 연평균 16.94%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시장의 94.14%를 GSK의 '싱그릭스(Shingrix)'가 차지하고 있다. 북미에선 전체의 62.26%를 점유했다. 사실상 독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회 접종으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지만, 고가, 접종 불편, 부작용 부담이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한국MSD가 공급한 생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가 낮은 효능과 안전성 문제로 공급 중단이 결정됐다. 선택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SKYZoster)'와 싱그릭스 뿐이다. 이 공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개발 위한 도전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각기 다르다. 차백신연구소와 유바이오로직스, 큐레보는 재조합 단백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면역증강제 조합과 내약성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특히 큐레보는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에서 부작용 감소라는 명확한 우위를 확보했다. 이는 접종 기피를 줄여 시장 확대에 유리한 포인트다.

차백신연구소는 재조합 단백질 대상포진 백신 후보 'CVI-VZV-001'을 개발 중이다. 이 백신에는 자체 면역증강 플랫폼 'Lipo-pam™'이 적용돼 면역 반응을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2023년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총 3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한 결과, 대조군인 싱그릭스와 비교했을 때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연내 임상 2상 IND를 제출해 본격적인 효능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진매트릭스는 키메릭 아데노바이러스(ChimAd) 벡터 기반 대상포진 백신 후보 'GM-ChimAd-HZ'로 차별화를 꾀한다. 자체 플랫폼 'GM-ChimAd'를 적용한 연구 결과가 2024년 국제학술지 Virology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GM-ChimAd-HZ는 마우스 모델에서 싱그릭스와 조스타박스보다 더 강한 T세포 반응을 유도했다. 대상포진은 잠복 바이러스의 재활성화 억제가 핵심이고, 세포성 면역이 이를 좌우한다. 현재 비임상 단계지만, 외부 면역증강제 없이도 벡터만으로 강력한 T세포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플랫폼의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재조합 단백질 대상포진 백신 후보 'EuHZV'의 임상 1상을 지난해 7월 개시했다. 이번 임상은 만 50~69세 성인을 대상으로 8주 간격 2회 접종하며, 저용량군과 고용량군을 비교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한다. 회사에 따르면, 비임상 시험에서는 대조군 대비 동등 이상의 면역원성이 확인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대비 EuHZV를 가격, 안전성, 효능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블록버스터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백신 조성물 관련 특허는 2024년 4월 한국 등록을 완료했고, 미국과 유럽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아이진은 DNA 기반 대상포진 백신 후보 'EG-HZ'를 개발 중이다. 이 백신에는 아이진의 양이온성 리포좀 기반 면역증강제 'CIA09'가 적용됐다. EG-HZ는 2020년 호주에서 개시한 임상 1상을 통해 두 차례 접종과 6개월 추적 관찰을 완료, 2021년 상반기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싱그릭스와 유사한 수준의 면역원성도 확보했다. 2022년에는 한국BMI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후속 임상을 준비 중이다. DNA 백신은 제조 공정이 간편하고 보관·운송 효율이 높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 큐레보 백신(Curevo Vaccines)은 국내 기업 계열 중 가장 앞선 임상 단계에 있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 'CRV-101(amezosvatein)'은 싱그릭스와 직접 비교한 임상 2상에서 면역원성 비열등성과 내약성 우월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해당 임상에는 총 8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CRV-101의 백신 반응률은 100%로, 싱그릭스 97.9%를 상회했으며 전신·국소 부작용 발생률도 현저히 낮았다. 특히 Grade 3 이상의 중증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큐레보 백신은 올해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백신 개발사 고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의 핵심 과제는 강력한 면역원성을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을 찾는 것”이라며 “특히 고령층에서는 접종 후 통증이나 발열 같은 부작용이 곧 접종 기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내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은 재조합 단백질, DNA, 바이러스 벡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선두주자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며 “싱그릭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 시장 구조를 흔들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접종 횟수를 줄이거나 부작용을 낮추는 등 편의성과 안전성이 개선된다면, 고령화 사회에서 대상포진 백신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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