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빅파마 성적표 공개…릴리,노보 제치고 선두 굳혀
비만·당뇨 시장 판도 변화...릴리·애브비 웃고, MSD·다케다 울었다
빅파마 실적 온도차…정상화 조짐 속 위험 요인 여전
바이오젠·애브비 신약 효과 톡톡…J&J 혈액암 포트폴리오도 호조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1 06:00   수정 2025.08.21 06:01

올해 1분기 미국 대형 제약사 7곳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하며 이례적 부진을 보였지만, 2분기 들어 대부분이 회복세를 보이며 업계 전반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화이자와 레제네론이 강한 반등세를 주도했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길리어드도 소폭이나마 성장세로 전환했다. 다만 MSD, 비아트리스, 오가논은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제품군별 성과 차이가 기업의 희비를 갈랐으며, 코로나19 제품, 신약 파이프라인, 블록버스터 중심의 성장 전략이 회복을 견인했다.

화이자는 1분기 -8%에서 2분기 +10%로 전환하며 회복 폭이 가장 컸는데, 이는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와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각각 95%, 71% 성장한 덕분이었다. 또한 혈전치료제 ‘엘리퀴스’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Part D 구조 개편으로 1분기에는 미국 내 낮은 순가격이 부담이었지만, 2분기에는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6% 증가해 반등에 힘을 보탰다.

레제네론은 망막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매출이 미국에서 25%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역치료제 ‘듀피젠트’가 22% 증가해 분기 연속 매출이 21%나 뛰었다. BMS는 CAR-T 치료제 ‘브레얀지’가 125%, 심근병증 치료제 ‘캄지오스’가 86% 성장하며 두 품목 모두 블록버스터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길리어드 역시 항바이러스제 수요에 힘입어 2% 증가를 기록했다.

업계 판도를 바꾼 가장 큰 흐름은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이었다. 일라이 릴리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8% 늘어나 업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국내에선 당뇨병 치료제, 비만 치료제 모두 ‘마운자로’로 통일)의 합산 글로벌 매출이 86억 달러에 이르러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의 8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1분기에는 릴리가 61억 달러, 노보가 75억 달러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릴리는 이러한 호조를 반영해 연간 가이던스 중간값을 15억 달러 상향했고, 노보 노디스크는 성장세 둔화와 연속적 분기 매출 감소를 반영해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최근 1년간 주가가 60% 이상 하락한 노보는 결국 CEO 교체까지 단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미국계 기업들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버텍스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제 ‘엔허투’가 41%, 천식치료제 ‘테즈스파이어’가 66% 증가해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견인했고, 노바티스는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가 24% 늘어난 23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독점권 상실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엔트레스토’는 2026년 IRA 가격 조정 대상에 포함돼 중장기 리스크가 여전하다. 버텍스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카프트리오’가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을 이끌었고, 신규 치료제 ‘알리프트렉’은 출시 두 번째 분기 만에 1억 57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턴어라운드(Turn around)’를 보여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암젠은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인수 효과가 기저에서 사라진 상황에서도 9% 성장을 유지했으며, NMOSD 치료제 ‘유플리즈나’가 91% 늘어난 1억 7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젠은 5년 연속 매출 감소세를 끊고 전년 대비 8% 성장을 기록했는데, 산후우울증 치료제 ‘주르주배(Zuruvae)’가 분기 연속 68% 성장했고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20%, 프리드라이히 운동실조증 치료제 ‘스카이클라리스’가 13% 증가해 신제품이 실적 반등을 주도했다.

애브비는 ‘휴미라’ 특허만료로 지난해 5% 감소를 경험했지만 2분기에는 전년 대비 7%, 분기 연속 16% 증가로 반등했다. ‘스카이리치’와 ‘린버크’가 각각 62%, 42% 증가하며 합산 64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애브비는 연간 가이던스를 8억 달러 상향했다. 존슨앤드존슨은 2분기 6% 증가로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가 35억 달러(+23%), CAR-T 치료제 ‘카빅티’가 상반기 8억 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등극에 근접했다. J&J는 이에 따라 올해 가이던스를 20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하락세를 면치 못한 기업들도 있었다. MSD는 HPV 백신 ‘가다실’ 매출이 55% 급감하며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매출이 회사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제품 의존도가 심화됐다. 바이엘은 소비자헬스 부문 둔화와 혈액응고제 ‘자렐토’ 특허만료의 이중 충격으로 4% 하락했고, 다케다는 ADHD 치료제 ‘비반세’의 제네릭 진입으로 8% 감소했다. 특히 다케다의 IBD 치료제 ‘엔티비오’는 2026년 IRA 가격 조정 대상에 포함돼 있어 중장기적인 가격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비아트리스와 오가논 역시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정상화’라는 공통된 흐름을 보여줬지만, 기업별로는 뚜렷한 양극화가 확인됐다. 코로나19 제품과 신약 성장이 실적을 견인한 기업들이 있는 반면, 특허만료와 가격정책, 제네릭 경쟁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은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반기에는 GLP-1 계열의 생산·공급 대응과 IRA 약가 인하에 따른 영향, 그리고 블록버스터 특허만료에 대응할 파이프라인 전략이 성적표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시사점도 크다. 우선,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격차가 글로벌 차원에서 뒤바뀐 것은 한국 내 처방 패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위고비(노보 노디스크)가 빠르게 도입됐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 허가와 공급 체계를 확대한다면 시장 판도가 단기간에 변할 수 있다.

또한 IRA의 약가 인하 정책은 국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응 전략은 국내 다국적사 지사 운영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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