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 뒤 절반이 GVHD…신약 급여·특례 연장 절실
김혜리·곽대훈 교수 “비재발 사망 원인 1위, 치료제·제도 개선 시급”
환자·단체 “평범한 삶 원해”…정부·공단 “급여 검토·접근성 확대 노력”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1 06:00   수정 2025.08.21 06:01

혈액암 환자의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경험하며, 삶의 질 저하와 사망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급여 사각지대 해소와 치료제 접근성 보장”을 촉구했고, 정부와 심사평가원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혈액암 생존, 그 이후를 말하다–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국회의원 서미화가 주최하고,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한국혈액암협회가 주관했으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후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왼쪽)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곽대훈 교수.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는 “혈액암 환자는 매년 1만2000명가량 새로 발생하며, 상당수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다. 그러나 이식 환자의 50% 이상이 GVHD를 겪고 있으며, 이는 비재발 사망 원인의 3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GVHD는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반응으로, 피부·폐·간·관절 등 전신 장기에 침범하며 특히 만성 GVHD는 섬유화를 동반해 비가역적 손상과 평생에 걸친 장애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실제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소아 환자는 피부와 위장관 손상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고, 청년 환자는 폐 GVHD로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곽대훈 교수는 “만성 GVHD는 단순한 합병증이 아니라 환자의 장기 기능을 떨어뜨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이라며 “표준 1차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는 절반 이상에서 효과가 없고, 2차 치료제 루스토리티닙도 최근에서야 급여 적용이 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섬유화 억제 효과가 입증된 3차 치료제 벨루모수딜은 허가만 있고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이 한 달 약값 천만 원 이상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환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GVHD는 이식 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지만 산정특례 지원은 5년에 불과해, 이후 의료비 부담이 최대 6배 이상 증가한다”며 “특례 연장이나 새로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 보건복지부 김은희 보험약제과 사무관.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환자·단체 측 발언도 이어졌다. GVHD 환우 카페 운영자 강덕원 씨는 “눈물샘이 손상돼 울지도 못하고, 폐 기능이 떨어져 몇 분 이상 걷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신약이 등장했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와 심평원이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 최혜경 씨는 “걷는 것이 소원이 될 정도로 삶의 질이 무너졌다. 치료제가 앞에 있어도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절망적”이라며 “그저 평범한 삶을 영위할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조혈모세포 이식은 완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GVHD라는 새로운 만성 희귀질환과의 싸움이 이어진다”며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에 걸맞게 신약 급여화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혈액암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들이 GVHD로 인해 다시 생존의 벽 앞에 서 있는 현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한목소리로 “치료 사각지대 해소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정부·공단은 “환자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김은희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환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현실을 깊이 인지하게 됐다”며 “급여 등재 절차가 원활히 진행돼 환자 치료에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GVHD 환자의 고통과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전문가 의견 청취를 강화하고 임시 재원 마련 등 접근성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임상 근거가 불확실한 약제라도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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