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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잘 하지 않고 술도 자주 마시지 않는데, 정기검진에서 간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넘기지만,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이렇게 진단받는다. “지방간이네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 만큼,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료계에서는 지방간,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과 그 진행형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 중장년층 건강을 위협하는 ‘조용한 시한폭탄’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지방간 유병률은 성인 인구의 약 30~35% 수준이며, 특히 40~60대 남성에서는 유병률이 45% 이상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됐다.
더 큰 문제는 NASH 환자 5명 중 1명은 간 섬유화로 진행되고, 이 중 일부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이기에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치료 개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지방간 치료제는 무엇인지, 또 새로운 치료 트렌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지방간 치료제 시장…지질개선제 ‘실속처방’ 이어져
현재 국내에는 지방간을 단독 적응증으로 가진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의료진들은 간접적으로 간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비아트리스의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MSD의 이지트롤(에제티미브), 그리고 이들의 조합을 기반으로 한 복합제 로수젯, 아토젯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원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동시에 간 내 지질 축적을 감소시키고 간염증을 줄이는 부수적 효과로 지방간 환자에게 폭넓게 처방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에제티미브가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여 간으로 유입되는 지질 부담을 줄이고, 스타틴은 간 내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여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두 약물의 작용 기전이 상호 보완적이어서 병용 시 간 기능 지표(AST, ALT, GGT 등)의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국내 다기관 후향적 분석에 따르면, 에제티미브+스타틴 병용군은 스타틴 단독군에 비해 간수치 정상화 비율이 1.5배 이상 높았으며, 초음파상 지방간 정도 개선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한 대학병원 간 전문의는 “환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고 안전성도 입증된 약물군인 만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지방간 치료의 '안정적 베이스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상하는 GLP-1 계열 약물…‘비만 + 당뇨 + 지방간’까지 한 번에?
최근 의료계에서 더욱 주목받는 치료 옵션은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 계열이다.
당초에는 당뇨병 및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 인슐린 저항성 감소, 간 염증 완화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방간 치료 영역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표 약물로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둘라글루타이드(트루리시티)가 있으며, 최근에는 GIP/GLP-1 이중 작용제인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도 NASH 적응증 확장을 겨냥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2023년 NEJM에 발표된 NASH 임상 결과에서, 간 염증이 호전되거나 섬유화 진행이 멈춘 환자 비율이 위약군 대비 약 2배 이상 높았고, MRI-PDFF 검사 기준 간지방량이 최대 30% 이상 감소했다는 사실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당뇨나 비만 동반 환자에서 GLP-1 제제를 지방간 개선 목적의 'off-label'로 병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으며, 간내 지방량 감소와 간 수치 개선이 관찰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지방간, 단순 간 질환 아닌 대사질환…치료 패러다임 전환 중
이처럼 GLP-1 계열 약물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지방간이 단지 간만의 질환이 아닌, 대사증후군의 일부로 인식되는 최근의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비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과 함께 나타나는 지방간은 간을 치료하려면 몸 전체의 대사환경을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단일 약물로 혈당, 체중, 간지방, 염증까지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멀티 타깃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향후 지방간 치료의 표준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정식 적응증이 없고, 보험 급여 적용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국내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도비만(BMI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GLP-1 제제에 대한 급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지방간 단독 환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정책과 시장이 함께 바뀌어야 진짜 '치료제 시대'가 열린다
의료 현장에서 GLP-1 계열 약물의 지방간 활용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정책 변화는 아직 더딘 편이다. 의료계에서는 비만·지방간 환자에 대한 급여 기준을 체중(BMI) 중심에서 간 기능 지표나 대사 지표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국내 임상 데이터 확보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기준 재조정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치료제 사용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내 제약사들도 GLP-1 계열 바이오베터, NASH 신약 후보물질 등과 관련된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활발히 타진하고 있으며, 국산 치료제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침묵하는 장기, 간의 신호를 놓치지 말자”
지방간은 침묵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침묵은 결코 안전함을 뜻하지 않는다. 최근엔 단순한 수치 조절을 넘어서 대사질환의 뿌리를 건드리는 치료 전략이 의료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제약사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와 GLP-1 계열의 다중 작용 약물은 지방간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다.
‘Well Aging’을 위한 간 건강 관리, 지금이 바로 전략을 바꿔야 할 타이밍이다. 내 간은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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