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수술 필수 의약품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던 ‘비전블루점안액(성분명 트리판블루)’이 마침내 국내에서도 사용 길이 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의 자문을 거쳐 안전성·유효성(이하 안유) 심사 없이 품목허가를 내줬으며, 이는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패스트트랙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사례로 평가된다.
비전블루점안액은 백내장 수술 시 수정체 전낭을 염색해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데 사용하는 염색약이다. 이미 북미를 중심으로 임상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으며, 2017년 국내에서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실제 수입이나 도입은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김선영 식약처 의약품관리지원팀 사무관은 5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안과 의사들 사이에서 트리판블루 도입을 요구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수입업체들이 안유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고시를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2022년 12월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제4조 제2항을 신설, 중앙약심을 통해 안유 확보가 입증되면 해당 자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규정에 따라 비전블루점안액은 중앙약심의 자문을 거쳐 최초로 안유 면제를 받게 된 사례다.
중앙약심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평가 소분과위원회는 2024년 1월 18일부터 6일간 회의를 열고 해당 제품이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어 “해외 사용현황, 임상 경험, 제품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한 위원은 “해외에서 이미 허가돼 장기간 사용되었고, 여러 논문과 교과서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며 “국소 사용되고 세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전신적 부작용 위험도 낮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주사기에 충진된 형태로 감염 위험이 낮고, 도입 효용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트리판블루가 인도시아닌 등 기존 대체제에 비해 경제적이며, 균일한 용액 제조가 쉽고 입자가 남지 않아 수술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업체는 이후 GMP 실태조사 및 품질 자료를 제출해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인도시아닌그린 사용 시 농도 조절의 어려움 등으로 현장에서 불편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품목허가는 규정 개정의 실효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의료 현장의 수요와 안전성 사이에서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한 결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