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 분석] 1Q HLB그룹 실적④…이자도 못 갚는데 '빚만 5941억원'

HLB제약만 이자보상배율 1 초과, 나머지 상장사 이자상환 여력 상실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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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그룹이 수치상으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익 기반 없이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약업신문이 30일 HLB그룹 상장사(코스피·코스닥) 10곳의 2025년 1분기 ‘총차입금 및 총차입금의존도’ ‘이자비용 및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그룹 전체 총차입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는 △HLB 625억원 증가 △HLB제넥스 558억원 증가 △HLB테라퓨틱스 242억원 증가 △HLB이노베이션 128억원 증가 등, 주요 그룹사들이 차입을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HLB그룹 상장사의 총차입금은 2025년 1분기 기준, 무려 5941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대비 449억원, 전년 동기보다 1075억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그룹 전반에서 외부 차입에 의존한 자금 조달이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총차입금이 가장 많은 기업은 △HLB로 1592억원이다. 이어 △HLB생명과학 1478억원 △HLB제넥스 1091억원으로, 10개 상장사 중 무려 3곳이 1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HLB펩을 제외한 모든 상장사가 최소 16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보유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HLB그룹 상장사 전체 평균 총차입금의존도는 24.90%, 지주사 격인 HLB는 19.09%를 기록하며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였다. 총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 가운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수치만으로 안정성을 단정하긴 어렵다. 자산 구성을 함께 들여다보면, 해석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HLB의 자산 대부분은 관계사 지분 형태로 구성돼 있다. 당장 현금 창출이나 단기 유동화가 어려운 구조다. 즉, 장부상 자산은 크지만, 실제로는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수 있는 유동 자산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상환 여력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심각한 점은 이자비용이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내는 그룹사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HLB 이자비용은 2025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10% 이상 증가한 3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해 이자보상배율이 0 이하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 미만이면 이자도 못 갚는 구조, 0 이하이면 영업손실 상태를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는 HLB그룹 상장사는 HLB제약(10.99배)뿐이다. HLB제넥스(0.31배)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는 모두 이자보상능력이 0 이하다. 그룹사 대부분이 사실상 이자상환 여력을 상실한 상태다. 다시 말해, HLB그룹 상장사 대부분이 벌어들인 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HLB그룹 상장사는 표면적으로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낮고, 차입금 증가 폭도 감내 가능한 수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겉모습만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속적인 영업적자, 이자 상환 능력 부재, 자산 유동성 한계 등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코스피 상장 증권사 재무회계 담당자는 “총차입금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빚을 실제로 갚을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라며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차입 확대는 결국 유상증자나 보유 자산 매각,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자비용조차 영업이익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입금만 계속 늘어난다는 건, 재무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더는 재무를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HLB그룹 상장사 10곳의 2025년 1분기 총차입금, 총차입금의존도, 이자비용, 이자보상배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