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환경 라벨링을 표준화하기 위한 공동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에코뷰티스코어(EcoBeautyScore)의 본격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로레알파리(L'Oréal Paris), 뉴트로지나(Neutrogena), 니베아Q10(Nivea Q10), 유세린(Eucerin), 샤우마(Schauma) 등 5개 브랜드가 일부 제품에 대한 점수를 공개했다. 국내 참여사인 아모레퍼시픽 측은 “환경 경영 정책을 준수해 나가기 위해 점수 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에코뷰티스코어는 70여개 글로벌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기업, 산업 협회가 참여한 비영리 단체 ‘에코뷰티스코어 협회(이하 ‘협회’)’가 약 3년에 걸쳐 개발했다. 2021년 컨소시엄 출범 이후 2025년 3월 정식 스코어링 툴을 출시했다. 7월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면서, 환경 영향을 정량화하고 시각화하는 이 시스템을 새로운 기준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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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제품 전 주기의 환경 영향을 A~E 등급으로 평가하며, 브랜드의 자체 주장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명확한 비교 기준을 제시한다. 대기업부터 중소 브랜드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해 접근성을 높였다.
유럽연합(EU)이 환경 발자국 측정에 활용하는 공식인 ‘PEF(Product Environmental Footprint) 방법론’을 바탕으로 구성한 에코뷰티스코어는 제품의 원료 조달, 포장, 사용 단계, 폐기 과정에 이르기까지 총 16개 항목에서 환경 영향을 측정한다. 탄소 배출, 수자원 이용, 자원 고갈 수준 등도 포함된다. 협회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데이터 구축 및 외부 전문가 검토를 병행해 시스템을 완성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 주장에 품고 있는 불신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회 측은 “유럽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브랜드의 친환경 주장에 의문을 갖고 있으며, ‘에코’ ‘그린’ 등의 문구가 실제 영향을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랑 질베르(Laurent Gilbert) 협회 과학 책임자는 “뷰티 제품의 환경 영향을 계산하는 일은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점수 체계로 단순화한 것이 에코뷰티스코어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개선 지점을 확인하고 진전을 공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란 설명이다.
이러한 공통 기준 마련은 자발적인 참여 외에도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영국의 패션·뷰티 전문 매체 The Business of Fashion(이하 ‘BOF’)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선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대한 정치적 반발까지 겹치면서, 소비재 기업들이 환경·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갖춘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후 친화적’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던 브랜드들도 최근에는 관련 주장을 줄이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동향이 일관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의회 우경화 기조와 더불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그린워싱 방지법‘ 추진에도 혼란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BOF는 꼬집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에코뷰티스코의 핵심 목표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규제의 명확성보다 업계 차원의 투명성 확립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 반응에 대해선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BOF는 소비자들이 설문조사에선 ‘책임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응답하지만, 실제 구매에선 여전히 효능과 가격을 먼저 고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뷰티스코어의 확산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샴푸, 컨디셔너, 보디워시, 페이스 케어 외에도 30개 카테고리를 목표로 확장이 진행 중이다. 2026년 상반기까지 2개, 내년 말까지는 최소 2개 이상 제품군에 추가 적용될 계획이다. 시스템은 브랜드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초기 도입에 필요한 절차와 운영 방법도 함께 안내된다. 협회는 비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브랜드 차원에서도 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켄뷰(Kenvue)의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올리버 프라이스(Oliver Price)는 “에코뷰티스코어의 제3자 검증 방식과 과학 기반 접근이 기업의 가치와 잘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바이어스도르프의 글로벌 클레임 책임자 안케 필츠너(Anke Pilzner)는 “지금까지의 패키징 문구들은 소비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야기했다”며 “에코뷰티스코어는 제품 간 진정한 비교를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뷰티 전문 매체 뷰티매터(BeautyMatter)에 따르면,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제3자 인증에 회의적이다. 미국의 워터리스(waterless) 헤어케어 브랜드 ‘Dip’의 창립자인 케이트 아사라프(Kate Assaraf)는 인증 비용을 낸 뒤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종료돼 환불도 받지 못한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며 “인증 시스템이 불완전한 구조를 가질 경우 소비자 신뢰 확보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뉴욕 기반 헤어케어 브랜드 프로즈(Prose)는 B Corp 인증을 유지하며 새로운 기준에 맞춰 운영 시스템을 조정하고 있다. 프로즈의 사회적 가치 전략 부문 헬렌 느워수(Helen Nwosu) 부사장은 “점수제가 아닌 기준 기반 시스템이 더 실질적 변화 유도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뷰티 산업 전반의 제도 확산을 위해선 업계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협회는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 콜게이트-팜올리브(Colgate-Palmolive), 코티(Coty), 샤넬(Chanel), 시세이도(Shiseido)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라며, “자사의 지속가능성 역량과 관계없이 모든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장밥티스트 마시뇽(Jean-Baptiste Massignon) 협회 전무이사는 “진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지만, 공통의 기준과 정직한 데이터, 그리고 지구를 위한 선택을 향한 약속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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