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특허 장벽 허무는 비아트리스, 위고비 제네릭 상용화 청신호
법원 “제네릭 라벨은 특허 침해 유도 아냐”…2026년 재판 부담 덜어
‘단독투여’ 특허 조항에 반격 성공…FDA 승인 시 시장 판도 변화 예고
마일란 라벨 전략 법원 인정…2032년 특허 만료 전 시장 접근 가시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29 06:00   수정 2025.07.29 06:01

비아트리스(Viatris)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제네릭 출시를 앞두고 특허 소송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은 비아트리스 자회사 마일란(Mylan)이 제출한 위고비(Wegovy) 제네릭에 대한 FDA 허가 신청이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핵심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향후 위고비 제네릭 시장 진입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결정으로, GLP-1 기반 치료제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이른바 ‘003 특허’로 불리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투여 방법에 관한 특허다. 해당 특허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투여하는 방법을 보호하는데, 노보 노디스크는 마일란의 제품 라벨이 이러한 단독 투여를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마일란의 라벨에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다른 GLP-1 작용제와 병용하지 말라”는 명시적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단독 투여를 유도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마일란은 ‘003 특허’를 둘러싼 2026년 3월 특허 재판에서 제외될 수 있게 됐으며, 비아트리스는 “이번 판결은 위고비 관련 특허소송에서의 중대한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아직 FDA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이며, 나머지 남은 특허들과의 법적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비아트리스가 이토록 집요하게 위고비 제네릭 출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GLP-1 유사체 시장의 급속한 성장성과 위고비의 상업적 잠재력 때문이다.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GLP-1 계열 치료제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아우르며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노보 노디스크의 2024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위고비 단일 품목 매출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비만 적응증에 있어 위고비는 2형 당뇨병을 타깃으로 한 오젬픽(Ozempic)과는 별도의 고용량 전략을 채택해 환자 접근성과 치료 효과 측면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5년 내 GLP-1 계열 시장 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시장 구조 속에서 제네릭 진입은 처방약 가격의 인하뿐만 아니라 보험 등재, 의료 접근성 확대 등의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공보험 및 민간 보험사들이 위고비 급여 적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제네릭의 존재는 보험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와 오젬픽이라는 동일 성분 기반의 제품에 대해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비아트리스가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을 FDA에 신청한 직후 노보 노디스크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비아트리스는 즉각 미국 특허청(USPTO)에 노보 노디스크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과정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 제네릭에 대해서는 2024년 10월 비공개 조건으로 비아트리스와 조기 합의했지만, 위고비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을 이어가며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오젬픽보다 위고비의 시장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 중에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GLP-1 계열 경구제·장기 지속형 제제 개발과도 연결되는 핵심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동시에 시장 내 비공식(compounded) 세마글루타이드 유통업체에 대한 법적 공세도 펼치고 있다. 원격진료 플랫폼, 메디컬 스파, 일부 약국 및 다이어트 클리닉이 조제 형태로 공급하는 제품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미국 약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노보가 시장 보호를 위해 ‘합법 제네릭’과는 타협할 수 있어도, 비승인 제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이번 판결이 당장 위고비 제네릭의 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고비는 현재 기준으로 2032년까지 미국 내 주요 특허 보호를 받고 있으며, 남은 다른 특허들에 대한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비아트리스의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은 아직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업계는 이번 판결을 통해 비아트리스가 후속 특허 공방에서 유리한 선례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 제품 출시 시점은 빠르면 2027~2028년경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위고비 단일 제품에 대한 독점 구조가 무너지며, GLP-1 치료제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경쟁과 처방 패턴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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