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업계 "지출보고서 정정,기준 없는 책임 전가..금융비용,리베이트 오인"

심평원,8월 4일까지 정정 요청' 공문.."도매,복지부 명확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업계 '혼란' 우려..약국 금융비용 회수 현실적 어려움 커-도매·약국 공동 대응

보건당국의 지출보고서 정정 요청에 대해 의약품유통업계가 기준 없는 책임 전가로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복지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지출보고서 정정을 요청하면서, 유통업계가 정책 혼선과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유통협회는 법대로 하겠다는 방침과 더불어, 정부가 명확한 해석 기준과 가이드라인 없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현장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유통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2023년 제출된 지출보고서 중 일부 항목에 대해 오류나 오기, 허용범위 초과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오는 8월 4일까지 해당 자료를 사실관계에 맞게 정정하도록 요청받았다.

심평원은 약사법 제47조의2 및 의료기기법 제13조의2에 따라 지출보고서 공개 및 실태조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2022~2023년 거래 내역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유통업체에게 발송한 지출보고서 후속조치 공문.

문제가 된 부분은 특히 ‘금융비용’ 항목이다. 이는 유통업체가 약국과의 거래에서 결제 유예, 외상거래 등의 방식으로 신용거래 조건을 제공하며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회전일이 2~3개월 이상인 거래 관행이 다수 존재하며, 이에 따라 사실상 대규모 약국이 정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금융비용이 리베이트로 오인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책임을 업체에 떠넘기면, 현장에서 금융비용을 일괄적으로 환수하거나 약국과의 계약 조건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적으로는 거래 상대방인 약국에 이미 제공된 신용 혜택을 회수하자는 요구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후 관리 차원에서 광범위한 정정 요청을 내렸지만, 구체적 기준 없이 ‘허위 보고’ 또는 ‘리베이트 제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혼란 요인으로 꼽힌다.

도매업체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정 범위의 자료 수정에는 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비용의 성격과 적정 수준을 판단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촉구하고 있다.

의약품유통협회 박호영 회장은 최근 대한약사회 측을 연이어 방문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유통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항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관련 기사 보도 직후 약사회에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14일에도 권영희 대한약사회장과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이슈가 약국과 유통업체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요청된 정정 조치에 대해 일정 수준의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책임 전가는 지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실무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출보고서에는 공급업체가 약국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 반복 거래 내역, 비용 할인 내역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으며, 최근 정정 요청 공문에는 이들 내역 중 일부가 허용범위를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법적 해석과 실무적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경우, 약국과 유통업체 모두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실태조사 업무의 일환으로 오류나 허위 기재를 바로잡기 위한 행정적 조치”라고 밝혔으며, 지출보고서 관리시스템을 통해 업체들이 기한 내 정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