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5년 새 132개 출시…시장 판도 다시 짠다
PD-1 억제제, 연간 지출 990억 달러 돌파 전망…차세대 경쟁 촉발
ADC·이중특이항체·세포치료제…항암치료 '3대 전환점' 온다
중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급성장하는 항암 신약 허브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20 06:00   수정 2025.06.20 06:19

항암제가 전세계적으로 지난 5년간 130개 이상 출시됐다. 앞서 5년간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항암제 신약은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아이큐비아(IQVIA)가 최근 발표한 ‘Global Oncology Trends 2025’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항암 신약(NAS) 출시는 지난 5년간 총 132건에 달하며, 연평균 26건 수준으로 이전 5년 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한 해에만 25개의 항암 신약이 출시되었고, 이 가운데 미국은 16건을 기록하며 혁신 신약 중심 국가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특히 16개 중 10개는 최초 기전의 치료제(first-in-class)로 분류되어 고형암 및 혈액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신약 접근성 격차는 여전히 두드러졌다. 미국에서 출시된 31개의 신약 중 유럽에서는 여전히 사용할 수 없는 치료제가 31건, 반대로 유럽에서만 허가된 항암제는 단 1건에 불과해 미국과 유럽 간 규제 전략 및 시장 진입 속도의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 항암제 개발과 출시에서 미국과 ‘맞짱’…45건은 중국 독점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약진이다. 2020년 이후 중국에서 출시된 항암 NAS는 무려 84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45건은 중국에서만 출시된 로컬 독점 항암제로, 자국 내 우선 허가 정책과 CAR-T 및 PD-1/PD-L1 억제제 등 국산 혁신 파이프라인이 크게 작용했다.

리포트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임상·허가 규제개혁과 NRDL 개편이 시장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적응증 확대 전략으로 환자 수요 포착…비용은 상한선 넘어

항암제 출시 이후의 확장 전략도 눈에 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승인된 150개 항암 NAS 중 384건의 적응증 확대가 이뤄졌으며, 특히 유방암, 폐암, 비호지킨림프종(NHL)에서 뚜렷한 추세를 보였다. 동일 종양군 내에서 보다 다양한 환자군(젊은 연령, 초기 단계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약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2024년 미국에서 출시된 신규 항암제의 평균 연간 치료비는 41만 달러를 상회했으며, 이 중 77%는 연간 비용 10만 달러를 넘었다. 생물학적 제제의 평균 비용은 저분자 약물 대비 약 10만 달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럽 국가의 보건기술평가(HTA) 기관들은 이러한 약물의 임상적 부가 가치를 “미미하거나 없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ADC·세포치료, 사용 패턴의 대전환

치료 방식 측면에서는 면역항암제(PD-1/PD-L1 억제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사용 확대가 뚜렷하다. 특히 PD-1 억제제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지출이 600억 달러에 달하며, 2029년까지 99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해에는 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등 주요 품목의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ADC는 프랑스, 미국, 독일 등에서 선도적으로 사용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39% 성장이 기대된다. 이중특이항체 역시 같은 기간 10배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암 치료의 정밀화를 가속화할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특허만료와 지출 둔화…‘고비용→고효율’ 시대 올까

2024년 전 세계 항암제 총 지출은 2,520억 달러로, 향후 5년간 441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성장률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요 치료제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린파자(올라파립), 입랜스(팔보시클립), 엑스탄디(엔잘루타미드)는 2027년부터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리포트는 이러한 성장 둔화를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예컨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ADC, 이중특이항체 등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2029년에는 이러한 신기술 기반 치료제들이 항암 지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IQVIA 리포트는 항암 치료제 시장이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이라는 두 축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혁신은 어느 한 지역만의 것이 아니며, 환자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 문제 해결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제약사와 규제기관, 보험자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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