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유럽 진출 시 R&D‧전문인력‧인프라 거점으로 ‘바이오클러스터’ 활용해야”
현재 바젤 클러스터에 집중…R&D 특성 맞춰 영국‧독일‧스웨덴‧프랑스 등 다양하게 활용 필요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20 06:00   수정 2025.06.20 06:01
독일 뮌헨 바이오엠 클러스터 이미지. 

국내 제약사들이 유럽 제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5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들 클러스터가 전략적 거점으로서 우리 기업에게 다양한 시장진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18일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브리프 444호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유럽 진출을 위한 유럽시장 및 바이오클러스터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생명과학과 제약 분야에서 연구소, 대학, 제약회사, 바이오텍 스타트업 등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모여 협력하는 지식집약적 네트워크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을 통해 국가간 또는 도시간 협력이 가능하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형성된 다각적 바이오 인프라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창출해내고 있다. 유럽에는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다수 위치하며, 각 클러스터는 고유의 연구 인프라와 산업 기반을 토대로 투자 유치와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영국 골든 트라이앵글 클러스터 △스위스 바젤 클러스터 △독일 뮌헨 BioM(바이오엠) 클러스터 △프랑스 제노폴(Genopole) 클러스터 △스웨덴-덴마크 메디콘 밸리 클러스터 등 5개 클러스터에 대한 현황을 전했다.

영국 골든 트라이앵글 클러스터는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이오‧의료 혁신 생태계로, 신약개발, 유전체학, 세포‧유전자 치료, 암‧면역질환, 정밀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백스제브리아 개발 사례는 산학연 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영국의 모든 기업은 R&D 비용의 20%를 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법인세 과세소득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약 15%의 순혜택을 받게 된다. 또 외국인 고급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제도, 비자 발급 간소화 등 인재 유지정책도 운영해 글로벌 인재가 이 지역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 클러스터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을 아우르는 생명과학 중심지로, 노바티스‧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의 본사가 위치한 세계적인 제약 허브다. 이 곳은 유럽 전역에서도 가장 생산성이 높은 바이오클러스터로 평가된다.

바젤 클러스터는 신약개발, 세포‧유전자 치료, 정밀의학, 진단기술, 바이오의약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바젤 법인세율은 약 13%로 유럽 및 기타 주요 국가 대비 상당히 낮으며, R&D 비용에 최대 150% 세액 공제, 특허 IP 수익은 최대 90% 감면, 최대 10년간 세금면제도 가능하다.

독일 뮌헨 바이오엠 클러스터는 독일에서 가장 혁신적인 바이오 허브로 평가받고 있는 유럽의 주요 클러스터 중 하나다. ‘레드 바이오테크놀로지’ 치료제와 진단개발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와 면역치료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R&D 비용 등에 대한 다양한 세제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Forschungszulage’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중소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바이오엠 클러스터는 해당 제도 활용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제노폴 클러스터는 프랑스 최초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프랑스 바이오산업 발전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AFM-텔레톤(프랑스 근육병협회)의 유전공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유전체학 및 유전자 치료 분야의 연구 역량을 결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전자 및 세포 치료, 합성 생물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노폴 클러스터는 창업 기업에는 프랑스 공공투자은행을 통해 사업화 보조금, 융자, 직접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지언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 동안 법인세 면제 또는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연구개발비의 최대 30%를 세액 공제로 환급받을 수 있는 연구세액공제(CIR) 제도를 통해 지속적인 R&D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덴마크 메디콘 밸리 클러스터는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중심으로 100여년에 걸쳐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클러스터다. 레오파마, 노보 노디스크, 룬드벡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연이어 자리잡으며 클러스터 기초를 다지고 의료 관련 기업과 병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며 생태계가 형성됐다. 덴마크‧스웨덴 정부는 생명과학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는 고급 연구인력에 연구자 세제, R&D 비용 손비 인정 등 기업친화적 제도를 운영한다. 스웨덴은 스타트업 연구자금 지원, 외국인 연구자 거주 허가 간소화 등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며 의약품 심사‧임상 승인 절차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진흥원은 대EU 의약품 수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럽 내 시장 확대를 위해 이들 클러스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현재 고령인구 증가, EU 내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로 헝가리‧벨기에 등 신규 시장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의약품은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33개 품목이 유럽 EMA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제네릭 및 개량신약을 제외한 신약 허가는 9건으로,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시장 진출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진흥원은 국내 기업이 유럽 진출 시 △연구개발 세액 공제 제도 △중소기업(SME) 지원 제도 △유럽의 의약품 시판 허가 절차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흥원 제약바이오글로벌팀은 “상기 5대 바이오클러스터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강력한 정부‧민간 투자, 풍부한 인재풀을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 기업에게 현지 R&D 협력, 전문인력 확보,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 전략적 거점으로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유럽 바이오클러스터들은 혁신적인 연구 환경과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상업화 속도와 투자 유치에는 도전 과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클러스터 간 협력과 자원 공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진흥원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럽 바이오클러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과 상업화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 사례 벤치마킹, 혁신연구 환경 조성,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인재 확보 등이 중요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는 스위스 중심의 협력이 두드러지지만, 각 클러스터의 기술 특성과 협업 수요를 고려해 유럽 내 다양한 지역으로 협력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유럽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규제 기준에 맞춘 생산과 품질 관리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북미 등 다른 권역으로의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