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뷰티 브랜드, 색조 넘어 스킨케어로 확장 가속
차이탕 10년 만에 진입… 제품 다각화 전략 본격화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11 06:00   수정 2025.06.11 06:01

중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이 최근 스킨케어 시장으로 활발히 진입하고 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NMPA) 등록 정보에 따르면, 색조 전문 브랜드 차이탕(彩棠)이 보습과 진정을 핵심 기능으로 한 마스크팩을 신규 등록하며 스킨케어 제품군 확장에 나섰다. 차이탕의 스킨케어 라인 신규 출시는 10년 만이다.

▲프로야의 색조 브랜드 차이탕이 최근 마스크팩을 NMPA에 신규 등록했다. 최근 이와 같은 ‘크로스카테고리’ 현상이 중국 뷰티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DALL·E 3

이번에 등록된 ‘차이탕 퓨어 클라우드 마스크팩(净透云息面膜)’은 PROYA(珀莱雅) 그룹의 자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프로야가 2019년 지분을 인수한 차이탕은 2014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탕이(唐毅)가 설립한 색조 브랜드다. 2021년부터는 프로야 실적보고서에 단독 브랜드로 등재됐으며, 지난해 연매출 11억9100만 위안(약 2251억원)을 기록해 그룹 내 두 번째 수익원이 됐다.

현지 뷰티 전문지 '쥬메이리(聚美丽)'는 차이탕의 사례를 "최근 C-뷰티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크로스카테고리’ 확장 흐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기존 색조 브랜드들이 스킨케어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는가 하면, 스킨케어 중심 브랜드들도 향수, 메이크업 등 새로운 카테고리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마오거핑(毛戈平)은 이미 스킨케어 제품으로 연 매출 14억 위안을 넘겼고, 화시즈(花西子), Perfect Diary, First Cover, JUDYDOLL, JOOCYEE 등도 최근 1년 사이에 관련 제품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 반응은 브랜드와 제품군에 따른 차이가 있다. 티몰 플랫폼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마오거핑의 프리미엄 마스크팩은 10만 건 이상 판매됐지만, 퍼스트커버 세럼은 12건 수준에 그쳤다. 신문은 제품의 포지셔닝, 출시 시기, 브랜드 신뢰도 등에 따라 소비자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뷰티 기업들은 스킨케어 분야 진출을 비롯한 영역 확대를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구조적 성장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매출 100억 위안을 넘어선 기업들은 10년 내 매출을 수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야는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향후 10년간 매출 500억 위안 달성과 자체 브랜드 매출 350억 위안 달성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브랜드 전략 전문가 저우루이(周锐)는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테고리 확장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일정 규모에 도달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화장품 소비자는 동일한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 소비자가 스킨케어와 색조, 향수 모두를 사용하는 만큼 브랜드도 이를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브랜드 확장의 성공 여부는 운영 주체의 전략과 실행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 의견도 전했다. 그는 "기능 중심의 스킨케어와 트렌드 중심의 색조는 비즈니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 기반의 스킨케어에서는 제품력과 연구개발 요소가 핵심이며, 단순히 이미지나 IP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뷰티 산업 트렌드와 관련해 손성민 리이치24시코리아 대표는 “최근 색조 브랜드의 카테고리 확장은 일시적인 전략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성장 한계를 체감한 데 따른 구조적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손대표는 이어 “기존 브랜드나 제품군만으로는 정체된 수요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고, 보유한 유통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역시 색조-스킨케어 간 크로스오버 사례가 과거부터 존재해 왔지만, 내수 시장이 작고 색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는 색조 특성상 수출에서 한계가 있어 대대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며 “유럽·미국과는 다른 조건 속에서 동아시아 중심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려면 고급화를 기반으로 한 한류 연계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며 “중저가 중심의 가격 경쟁으로는 더 이상 승부가 어렵고, 품질·브랜드·콘텐츠까지 결합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흐름을 소비자 니즈 측면에서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이민정 선임연구원은 “최근 화장품 브랜드의 크로스오버 현상은 어떤 특정 계기나 이벤트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매끄럽고 광나는 피부 표현을 선호하는 소비자 니즈에서 비롯된 흐름”이라며 “메이크업 제품에도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등의 성분을 더해 실질적인 스킨케어 기능을 강화하는 멀티 기능 제품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어 “이 같은 흐름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두드러지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제품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면서도 “문화권이 다른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선 베이스 메이크업을 간단히 마무리하는 경향이 강해, 해당 전략이 동일하게 반응을 얻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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