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도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들어가는 글 현대인들이 겪고있는 가장 대표적인 만성질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역류성식도염(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보통은 식사 후 바로 눕는다던지 하는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많이 발생하고, 발생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 단순 소화불량으로 간주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속쓰림(가슴 쓰림), 목의 이물감, 만성 기침, 트림, 쉰 목소리, 인후 통증 등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마치 이러한 증상들이 ‘감기’와 유사합니다. 이 때문에 한의원에는 보통 ‘감기가 오래됐는데 감기약을 아무리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시며 많이 방문합니다. 보통 역류성식도염은 열과 같은 전신증상이 없고, 가래의 양도 많지 않습니다. 거기에 보통 속쓰림 등 소화기 증상과 동반되며 커피나 음식을 먹은 후 혹은 누웠을 때 심해지는 경향성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반면 감기는 콧물, 심한 가래, 재채기 증상이 심하다는 점에서 역류성식도염과 구별이 됩니다. 그 밖에도 요즘은 위내시경 검사가 대중화됨에 따라 위의 증상이 없어도 역류성식도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찾아오시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식도 점막이 손상돼 만성 식도염은 물론 식도암의 위험성까지 커질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위산을 억제하는 약물(PPI, H2 수용체 차단제 등)을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하지만, 증상이 재발하거나 약물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에게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몸의 전반적인 균형 회복 함께 몸과 마음을 같이 바라보는 한의학적 치료도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질환을 증상에 따라서 식도부분의 통증을 호소할 땐 ‘위완통(胃脘痛)’, 목의 이물감이 있을 땐 ‘매핵기(梅核氣)’, 신물이 넘어올땐 ‘탄산(呑酸)’, 위/식도의 불편감이 느껴질 땐 ‘조잡(嘈雜)’ 등의 범주로 표현을 해놓았습니다. 이렇게 한의학에서는 여러 가지 증상표현이 있지만, 치료에 있어서의 접근은 공통적으로 한의학적 원인과 체질에 따른 접근을 하게 됩니다.
■ 역류성식도염의 원인 역류성식도염은 단순히 위산의 과다 분비 때문만이 아니라, 위장 기능 저하로 인한 압력증가, (하부)식도 괄약근의 약화, 스트레스, 생활습관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습니다. 특히 이 중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 과식과 야식 습관, 식후 바로 눕는 습관 우리가 앉거나 서있는 자세에서는 중력의 도움을 받아 소화액과 음식물이 역류하지 않고 위 안에 있는 것을 돕습니다. 하지만 야식 등으로 식후 바로 눕게 되면 그 중력이 반대방향으로 작용해 위 내부에서 소화도 더디게 될뿐더러 역류를 방지하는 하부식도괄약근에도 압력을 가해 위산이 역류할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의 과도한 섭취, 술, 카페인 맵고 짠 음식은 소화시키기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소화기 점막에도 자극을 줘 상처 및 염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한 이러한 자극적인 음식들은 위산을 많이 분비시켜 음식물과 섞이게 되면 더욱더 식도 점막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술과 카페인 역시 식도 점막에 상처를 내거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 과체중 또는 복부비만 과체중과 복부비만은 복강의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복부비만에서 과도하게 작거나 조이는 벨트나 하의를 입었을 경우, 소화도 어려울뿐더러 압력을 증가시켜 음식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위쪽으로 역류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 지속적인 스트레스 스트레스 등 감정의 변화는 자율신경을 통해 위장의 운동을 조절합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지속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의 항진을 통해 위장의 운동기능을 저하시켜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위쪽으로 압력을 줘 역류를 유도하게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역류성식도염의 원인을 장기에 배속시켜서 바라보고 있는데요, 특히 간(肝), 비(脾), 위(胃)의 문제로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이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할 때, 담(痰, 몸의 비정상적인 체액)이 생긴다고 보고, 그것이 역류성식도염의 증상들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간(肝)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적 긴장, 감정 억눌림 등으로 인해 간의 기운이 원활히 소통되지 못하면, 위장의 운동성이 저하돼 역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간기범위(肝氣犯胃)’라 하고, 스트레스성 위장 장애와 관련 깊으며, 화를 잘 참거나 억눌러 사는 사람들에게 많습니다. 가슴 답답함, 잦은 트림, 옆구리 통증, 불면, 우울감 등을 많이 동반합니다. 또한 비위허약(脾胃虛弱)한 경우로, 선천적 혹은 만성적인 소화기 약화로 위의 하강 작용이 떨어지면서 음식물이 위에 오래 정체되면서 역류가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식곤증 등으로 식사 후 피로감으로 눕고 싶은 마음에 역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과식, 냉한 음식 섭취, 과로 등으로 유발되고, 피로, 은은한 복통 및 설사 등을 동반합니다. 세 번째로 기름지고 매운 음식, 음주, 야식 등으로 인한 습열이 위장에 쌓이면 그 습열이 ‘담(痰)’을 만들어 식도염의 증상을 만들어냅니다. 주로 갈증, 입 안의 끈적함, 구취 등을 동반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위의 진액이 마르는 ‘음허(陰虛)’한 상황이 생기면, 위장의 점막을 보호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바로 위장의 기능을 약화시켜 증상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노년층, 위염 장기 보유자에게 나타납니다. 속쓰림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의학적인 예방과 관리법 한의학적 관점은 증상 자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증상이 나타나게 된 근본 원인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류성식도염은 근본 원인을 다스리지 못하면 증상을 잠깐 치료했더라 하더라도 다시 재발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그 근본원인을 찾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동의보감에서도 역시 ‘양생(養生)’이라 해 근본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의 교정을 통한 예방과 관리를 중요시 했습니다.
1. 식이 습관 교정 소량씩 자주 먹고, 한번에 과식·폭식은 피하라고 합니다. 식사 후 최소 2시간은 눕지 말고, 가벼운 산책을 권장합니다.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음식인 카페인, 탄산음료, 고지방 식품, 초콜릿, 튀김, 고추류, 찬 음식은 제한하고, 따뜻하고 소화 잘 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체중관리 과체중, 특히 복부비만은 위의 압력을 높여 역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복부에 심한 압박을 주는 바지나 벨트 착용은 피하도록 권장드립니다. 3. 수면 자세 바꾸기 가급적이면 식후 눕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역류가 심하면서 식곤증으로 피로감을 크게 느낀다면, 수면 자세를 바꾸는 것이 역류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체를 15도 이상 높이는 경사형 수면이 권장됩니다. 왼쪽으로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위산 역류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4.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는 위장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를 증가시킵니다. 명상, 산책, 충분한 수면은 생각보다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기공운동(복식호흡, 단전운동)은 스트레스를 안정시키면서 비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좋은 운동법이 됩니다.
■ 한의학적 치료법 1. 동의보감 및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체질별 한약치료 위에서 설명했듯이 동의보감에서는 역류성식도염을 나타나는 증상에 맞춰 ‘위완통(胃脘痛)’, ‘매핵기(梅核氣)’, ‘탄산(呑酸)’, ‘조잡(嘈雜)’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간(肝), 비(脾), 위(胃)의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인한 ‘담(痰)’의 생성으로 공통적으로 보았고, 이를 조절하는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한의학적 발병 원인에 따라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반하사심탕’, ‘시호소간탕’, ‘육군자탕’ 등을 응용합니다. 한의학의 또 다른 강점은 체질에 따른 근본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체질을 참고해 한의사의 처방을 통한 맞춤한약 복용은 역류성식도염의 근본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체질에 따른 한약치료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음인의 경우에는 보통 간(肝)에 열이 몰려있고, 복부비만이 많아 압력을 위로 일으켜 식도염을 일으키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간의 열을 꺼주고 다이어트를 통한 복부비만 조절을 원칙으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갈근, 산약 등의 약재를 사용합니다. 소양인은 위장기능 자체는 좋으나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과하게 섭취할 경우 위(胃)의 열을 발생시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식을 피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위의 열을 조장하는 술과 커피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열을 꺼트려주는 지황, (약용)석고 등을 사용합니다. 소음인의 경우 비위허약으로 인한 위장기능 약화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곤증이 대표적인데요, 그래서 백출, 인삼 등 비위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약재들을 사용합니다.
2. 침(약침)치료 및 응용 가능한 혈자리 침과 약침치료는 위장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을 자극시켜 빠른 증상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역류성식도염의 주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의 어느정도의 완화가 가능합니다. 위장기운의 순환 조절과 스트레스 반응 완화를 유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혈자리를 많이 응용하며, 종종 지압 등으로 눌러주시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합곡(合谷)혈, 태충(太衝)혈, 족삼리(足三里)혈, 중완(中脘)혈이 있습니다. 합곡혈과 태충혈은 ‘사관혈(四關穴)’로 불리는데 인체의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데 좋은 혈자리입니다. 손발에 위치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는 작용을 하며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을 줍니다. 족삼리혈은 무릎 아래 위치해 있는 혈자리이지만, 자극했을 때 위장의 정상 운동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중완혈은 위장과 가까이 위치해 위장의 압력을 줄이고,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 마무리하며 ‘속을 돌보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역류성식도염은 워낙 장기간의 생활습관에 의해 생긴 병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치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하지만 몸의 흐름을 바로잡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근본 원인을 다스리고 신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자기 관리입니다. 위장의 기운이 편안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나의 리듬에 맞는 관리법을 찾아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건강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또한, 한의원에서는 통증 등 외과적인 부분 뿐 아니라 이러한 내과적인 치료 역시 많이 하고 있으니 증상이 느껴져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근처 한의원에 부담없이 내원하셔서 한의사와 상담을 받으시는 것을 권장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