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또 한 차례 주요 고비를 넘었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측은 치열한 표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팽팽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며 이사회 구성도 5대5 동률로 재편됐다.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이날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84.68%가 출석하며 성원됐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제안한 이사회 확대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핵심 의제로 상정됐다.
그러나 출석 주주 2/3 이상 동의가 필요한 정관변경안은 부결됐고, 일반 결의로 처리한 신규 이사 선임안만 가결되면서 3자 연합의 이사회 장악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주목받은 정관변경안(이사회 인원 확대)은 찬성 57.89%에 그쳐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3자 연합은 이사회 다수 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신규 이사 선임과 자본준비금 감액과 같은 일반결의 안건은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기존 4대5에서 5대5 동수로 재편,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팽팽한 균형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약 2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주총 당일 13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현장을 직접 찾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와 함께 지분 5.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찬반 비율대로 의결권을 나눠 행사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주총은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검토 등으로 4시간 30분 지연돼 오후 2시 30분에야 개회됐다. 이로 인해 현장을 찾은 일부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3자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이 무산된 데 아쉬움을 표했으나, 신동국 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며 동수를 이룬 점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했다. 이들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다시 한 번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축인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이번 주총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총장에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사회 재편 이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다음달 예정인 한미약품 임시 주총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주총 결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5 동률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는 양측 간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다음달 한미약품 임시 주총이 또 한 번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