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한약사 개설 약국으로 약사와 한약사의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대한한약사회 회장이 일반약 판매와 처방-조제를 하는 약국 개설자임이 최근 알려졌다.
약사단체는 본연의 직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대한한약사회장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임채윤 대한한약사회장은 지난 2일 인천의 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처음엔 동명이인이라고 부인하다 몇시간 만에 인정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보였다. 3년 전 10대 대한한약사회장으로 당선돼 취임 이후 회무를 보고 있고, 상근직임에도 2022년 약국을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는 게 약사단체의 입장이다.
약사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3일 한약사와 한약사회의 본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라고 충고하며 한약을 버린 한약사회 회장을 규탄했다.
약준모는 "아직도 많은 수의 한약사들이 한약사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 진정으로 한약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오히려 회장은 한약사의 직능적 가치를 뒤흔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한약사회 회장마저 한약을 취급하지 않는다면 한약사는 한약의 전문가가 아니라 단지 약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약사의 하위호환되는 직종이란 의미인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약사단체인 실천하는 약사회도 같은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을 한 직능의 대표인 회장이란 분께서 자신의 직능인 한약은 내버리고 처방조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묘한 명찰 가리기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해 온 한약사들의 극치를 보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약사들은 한약의 발전과 과학화라는 직능의 존재 이유를 외면하고 있고 국가는 직무유기 중"이라면서 "정부는 이제라도 한약사제도를 만든 책임을 다해야 하고, 한약사들은 면허범위에 맞게 본질의 업무인 한약학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현행법 상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한약사는 약사법 상 약사와 같은 약국개설자이기 때문에 정부는 처음부터 교차고용을 인정했고, 최근까지도 교차고용을 문제삼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식약처로부터 '한약(생약)이 들어있지 않은 의약품은 한약(생약)제제로 허가하거나 신고-수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및 신고에 관한 사항은 한약사의 고유 직능 영역으로, 약사회 독단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오히려 한약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한약사회의 주장이다. 한약사회는 "식약처 답변은 역설적으로 한약(생약)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 의약품은 한약제제로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현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많은 생약 추출물 기반 의약품들이 사실상 한약제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