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사원 강제 동원’, 사실이면 의사면허 정지 아닌 ‘취소’
박민수 2차관 “법령 위반 확인 시 합당한 책임 묻겠다”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3-06 06:00   수정 2024.03.06 06:01
박민수 제2차관이 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논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난 3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강제 동원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당 의사의 면허가 취소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5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경찰청과 함께 지속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면 의료법령 위반이다.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전날인 지난 4일에도 이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의약품 거래를 빌미로 부당한 행위를 강요한 것인 만큼, 이를 철저히 규명해 법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854명을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의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강제 동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의사에게는 면허 정지가 아닌 취소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의사면허 취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의 취소가 가능해졌다. 

면허 재교부 요건 역시 강화됐다. 면허 취소 의료인은 면허증을 재교부 받으려면 40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해 고시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서 실시하고, 교육에 따른 비용은 교육을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기관장은 교육 이수증을 발급하고 그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해야 하며, 세부사항에 대해선 복지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면허 재교부 후 다시 위법행위로 인해 반복적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논란은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3일 한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A제약사 소속으로 표시된 한 네티즌은 “의사들이 집회에 제약회사 직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사복을 입고 와서 의사인 척 시위에 참여하라고 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한테 집회참석하라는 거 사실이었나”, “오래된 관행인데 이제야 알았냐”는 식의 익명 글도 이어졌다.

상황이 번지자 제약업계의 근심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해당 논란이 의사와 제약업계 간 오랜 문제인 리베이트나 갑질 논란, 불매 운동 등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엄중한 상황에서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영업사원이 외부 강압에 의해 참여해 귀 회사와 개인이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의사 커뮤니티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강제동원설을 올린 직원의 제약사 제품을 불매 운동하자는 이야기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내용은 현재 경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4일 “유사 사례가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확인되거나 관계 당국의 고소, 고발이 있으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블라인드 게시판에 해당 원글을 작성한 이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2항(명예훼손)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5일 고소했다.

의협 비대위는 "해당 글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결사의 자유 의사를 폄훼했고, 의사들과 제약회사 영업사원과의 관계를 강압적 요구가 이뤄지는 종속적 관계로 독자들에게 인식하도록 했다"며 "이는 집회를 주최한 의사협회와 집회에 참석한 협회 회원 및 그 집회에 동의한 국민들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고 고소의 배경을 전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제약회사에 집회 참석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공표했으나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0건이며, 비대위 역시 산하단체 및 집회 참석자들에게 확인한 바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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