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길마틴 회장체제 막 내릴까?
항당뇨·항우울제 잇단 실패 등 악재 겹쳐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11-24 18:15   수정 2003.12.01 14:56
"회사를 성장궤도에 재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3위의 제약기업인 머크&컴퍼니社의 레이먼 길마틴 회장이 지난 21일 이 같이 밝히며 현재로선 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길마틴 회장의 이날 입장표명은 일본 쿄린社와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그 동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던 2형 당뇨병 치료용 후보신약 'MK-767'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20일 발표하면서 주가가 6.5%나 빠져나간 직후 나온 것이다.

'MK-767'은 현재 머크가 개발 중인 후보신약들 가운데서도 유망성에 관한 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케이스의 하나로 손꼽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게다가 머크는 지난 12일에도 항구토제 '이멘드'(Emend)의 적응증에 우울증을 추가하기 위해 진행해 왔던 연구를 막바지 단계에서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로써 머크는 최근 2주 동안에만 잇따라 미래의 블록버스터에 대한 꿈을 접어야 하는 좌절을 맛본 셈이 됐다.

머크는 또 지난해 이익이 성장세를 기록하지 못한 데 이어 올해에도 제자리 수준을 맴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길마틴 회장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994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이래 머크를 이끌어 온 터줏대감으로 인정받아 온 길마틴 회장은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은 제약업계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즉, 개발을 진행한 모든 신약후보가 허가취득으로 귀결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

한편 머크는 오는 2006년이면 이 회사의 역사상 최대의 특허만료건에 직면해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바로 한해 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안겨주던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의 미국시장 특허가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길마틴 회장은 "현재 개발 중인 신제품 백신 등이 '조코'의 제네릭 제형 발매에 따른 갭을 충분히 메꿔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또 머크가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을 추격하기 위해 빅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새로운 신약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공학 관련기업들과 제휴관계를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파트너십 가능성을 모색 중인 케이스만 70여건에 달할 정도라는 것.

머크는 지금까지 생명공학 부문에 대해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경영전략을 고수해 왔었다.

이와 관련, 머크는 기존 제품들의 특허만료와 후속신약의 부족,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의 매출감소 등 잇단 악재에 직면해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4,400명 수준의 감원조치를 발표했던 것도 이 같은 현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길마틴 회장은 "지속적인 비용절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감원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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