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제약·바이오테크 '잘못된 만남'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 문제점 노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11-14 18:55   수정 2003.11.14 23:39
메이저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 메이커 사이의 밀월관계 구축은 '잘못된 만남'에 불과한 것일까?

이와 관련, 영국 2위의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셀텍 그룹(Celltech)의 주가가 13일 20%나 곤두박질쳤다.

화이자社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해 왔던 관절염 치료용 신약후보물질 'CDP 870'과 관련, 일부 제휴조건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이에 따라 'CDP 870'의 개발 스케줄은 1년 정도의 시간지연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실제로 시장에 발매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빠져들고 말았다.

메이저 제약기업측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신약후보물질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발매시 제 몫을 좀 더 많이 챙기기 위한 딴죽걸기에 속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셀텍은 또 다른 피해자일 뿐, 결코 유일한 피해자는 아니다.

같은 날 스웨덴계 바이오테크 기업 카로 바이오 AB社(Karo)도 지붕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가 그 동안 공동개발을 진행해 왔던 항당뇨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선언함에 따라 주가가 10% 빠져나간 것. 애보트측이 밝힌 프로젝트 중단의 사유는 단지 "전략적인 이유"였다.

아스트라제네카社가 진통제 개발을 위해 프랑스의 바이오테크 기업 니크옥스社(NicOx SA)와 맺었던 제휴관계도 지난 9월 없던 일이 되면서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신약을 확보하기 위해 소규모 바이오테크 기업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아쉬운(?) 입장이다.

문제는 양자간의 밀월관계가 메이저 제약기업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형태로 불균형하게 맺어지는 현실에 있다는 지적이다.

ABN 앰로 증권社의 애드리안 하우드 생명공학 담당 애널리스트는 "특정품목을 대상으로 제휴계약을 체결코자 할 때 바이오테크 기업측의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고 나서야 하는 반면 메이저 제약기업측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서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쪽이 모든 카드를 손에 쥐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메이저 제약기업측이 더 이상 제휴관계의 지속을 원하지 않게 될 경우 미련없이 고개를 돌리고 있고, 이 경우 협력대상 품목에 의존해 왔던 바이오테크 기업측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천연물 신약개발에 전념해 온 메이커로 알려진 피토팜社(Phytopharm)는 지난 7월 주가가 3분의 1 가까이 급락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희귀한 종류의 선인장으로부터 추출한 물질로 비만치료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던 화이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애보트가 최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새로운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던 캠브리지 앤티보디 테크놀로지社(Cambridge)는 로열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캠브리지와 셀텍은 어찌보면 메이저 제약기업들간의 빅딜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DP 870'의 경우 화이자社가 파마시아社와 통합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넘겨받았던 케이스. '휴미라' 역시 애보트社가 바스프社의 제약사업부를 매입하면서 확보했던 신약이다.

한 동안 '환상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메이저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 기업의 파트너십 구축이 이제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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