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한국, 디지털 임상 전환은 느긋" 임상시험 규제 혁신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임상시험 디지털화 가속도…국내는 전자동의 수준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7-12 06:00   수정 2023.07.12 13:59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의 주역으로 DCT(분산형 임상시험, Decentralized Clinical, Trial, 이하 DCT)가 손에 꼽히며,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디지털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으나, 세계적인 속도에는 뒤처지는 모양새다.  

메디데이터 유재구 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 기준 글로벌 블록버스터 15품목 중 13품목이 메디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약업신문

임상시험 디지털 솔루션  기업 메디데이터는 1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새로운 임상시험 시대의 환자중심 디지털 혁신-넥스트 서울 2023’심포지엄을 개최, ‘임상시험은 환자 중심의 디지털화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메디데이터 유재구 사장은 “임상시험의 디지털화는 글로벌 대세로 떠올랐다"면서  “환자의 적극적인 임상시험 참여가 의약품 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환자가 임상시험에 더 간편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메디데이터 안쏘니 코스텔로(Anthony Costello) 페이션트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DCT가 환자중심 디지털 혁신에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CT는 특정 장소가 아닌 비대면, 원격 등 디지털 기기와 연결을 통해 진행되는 새로운 임상시험이다. 병원에서 임상시험 진행이 불가능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 DCT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신속하게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 

실제 모더나(Moderna)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메디데이터의 DCT를 채택, 한 달 만에 3만 여명에 달하는 인롤먼트(Enrollment, 임상시험 참여 등록)를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100명을 모집하는 데 평균 7개월이 소요된다.  DCT를  통해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기간을 대폭 감소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코스텔로 CEO는 “DCT는 지금까지 병원과 같은 제한된 조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환자가 실생활을 하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고도화된 임상시험”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DCT 도입과 임상시험 디지털화를 위해 사전작업을 시작했으나,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2022년 임상시험 분야 산학연병이 모여 임상시험규제혁신(Advanced Regulatory Innovation for Clinical Trials Transformation, ARICTT) 협의체가 구성됐다. 식약처는 출연과제 ‘포스트코로나 임상시험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선진화 연구’를 기반으로 임상시험 관련 다양한 규제적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협의체는 임상시험별 특성에 맞는 요소의 활용 등, 비대면 환경에서의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하고 있다. 협의체는 가이드라인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완성했으며, 세부적인 지침을 조율해 올해 안에 공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5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을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연구사업 주관기관으로 지정, 디지털 임상시험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재단은 이 분야 사업단을 구성하고 △분산형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기술개발 △첨단바이오분야 등 임상시험 기술개발 △질환별 임상시험 데이터 표준화 및 적용 연구개발과제를 선정해 7월부터 5년간 과제별 47억5000만원 씩 총 19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2019년 경북대학교 병원을 중심으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디지털 임상시험에 대한 실증특례 사업을 수행했다. 이 기간에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을 이용한 순응도 관리에 관한 대조군 연구가 6개 기관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 연구 결과에선 디지털 임상시험의 긍정적인 결과가 다수 도출됐다. ICT 기반의 실시간 피드백 및 모니터링을 통해 임상시험 대상자의 약물 순응도가 향상됐고, 또 임상시험 기간 발생한 합병증도 조기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임상시험 전문 기관(CRO) 관계자는 “모더나가 디지털 임상시험을 발판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상시험의 디지털화와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국내 상황은 디지털 임상시험, DCT 도입 등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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