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특히 여성 장애인의 출산율이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성 장애인의 출산율 감소는 관련 지원 부족 이외에 좀 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하는 합계 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7명 감소한 0.75명이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신생아 울음소리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8년 신생아는 32만6,822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6만3,174명에 불과했다. 4년 만에 19.5%가 감소한 것.
그런데 여성장애인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더 심각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여성 장애인 출산 현황’을 보면 2018년 1,482명이 출산했는데 2021년엔 828명으로 줄었다. 이는 44.1%가 감소한 것으로 전체 출산율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매우 크다.
여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 예산현황과 집행실적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8년 관련 예산은 12억2,200만 원에 8억1,200만 원을 집행했지만 지난해에는 9억5,900만 원으로 예산도 감소했으며 집행도 6억9,000만 원에 그쳤다.
▲ 여성장애인 출산 현황. 표=최종윤 의원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 장애인들의 출산율 감소를 단순히 관련 지원 부족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좀 더 자세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장애를 가진 가임 여성의 비율이 줄었을 수도 있고, 중증 장애를 갖고 있어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뇌병변장애인의 출산율은 2018년 75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줄었다. 감소폭만 보면 62.7%가 줄었다.
일각에서는 여성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출산을 할 수 있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권법’에 따라 2021년부터 여성장애인이 불편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편의 및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사업을 시행 중이다.
연간 분만실적이 100건 이상인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우선 지정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인제대부산백병원(부산) △울산대병원(울산) △구미차병원(경북) △전남대병원(광주) △예수병원(전북) △건대충주병원(충북) △공단일산병원(경기) △서울대학교병원(서울) 등 8곳이다.
이에 대해 고대구로병원 조금준 교수는 “장애마다 등급이 있고 또 장애종류도 다르기에 무조건 장애친화 병원에서 분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분만할 곳이 없어서 여성 장애인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성 장애인들의 출산율 제고를 위해 출산율을 지역별로 비교해보는 것도 필요하고 초산모인지, 경산모인지, 또 정책적인 지원이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든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