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성공, '약물 용도변경 개발' 새로운 트렌드 급부상
약물 용도변경 개발, 신속한 개발·비용 절감·높은 성공 확률로 관심 집중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11-15 06:00   수정 2022.11.15 21:42
C형 간염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로 큰 성공을 거두며 약물 용도변경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제품이 시판 중인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할 수 있고, 새로운 약물 개발보다 성공률도 높기 때문이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조민근 우정바이오 상무는 지난 11일 '약물 용도변경의 장벽 및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목으로 하는 바이오 이코노미 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들은 약물 용도변경 개발이 약물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며, 기존 약물개발의 접근 방식보다 신속한 연구개발과 높은 성공률을 나타낸다며, 약물 용도변경 개발의 장벽을 낮추고, 이에 관한 연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대표적인 약물 용도변경 사례로는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있다. 렘데시비르는 C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였으나, 비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확인돼, 약물 용도변경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됐다. 렘데시비르는 지난해 6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FDA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승인한 신약과 생물학적 제제 중 약 30~40%는 용도변경 및 재배치 제품에 해당한다"며 "또한 FDA가 지난 1984년부터 2009년까지 승인한 용도 변경된 제품 35%는 여전히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약물의 용도변경이 새로운 약물의 개발만큼 파급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약물 용도 변경의 장점으로 △신속한 개발 △비용 절감 △신속한 허가 △높은 제품 성공 확률 △추가적인 질병 메커니즘 이해를 꼽았다.
 
△출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센터 박봉현 책임연구원 '약물 용도변경의 장벽 및 활성화를 위한 방안' 브리프 일부 발췌.

박 연구원은 “약물 용도 변경 개발은 기존 약물 개발에서 검증된 비임상시험 및 임상시험의 안전성, 내약성 등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며 “신규 화학물질 개발은 20~30억 달러(약 3조9,900억 원) 규모가 투자되는 데 반해, 약물 용도변경은 평균적으로 3억 달러(약 4,000억 원)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한 “약물 용도변경 개발은 검증된 데이터가 확보된 만큼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기가 수월하고, 신속한 승인으로 더 나은 제품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질병에 대한 새로운 표적 및 경로, 바이오마커 도출을 통해 추가적인 질병 메커니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약물 용도변경 개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약물 용도변경 개발 활성화를 위해선 산·학·연·병의 협력과 약물 정보에 대한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화이자와 공동으로 '(기존 분자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 발견)Discovering New Therapeutic Uses for Existing Molecules'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해, 약물 용도변경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재정 및 자원,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기존 약물 개발에서 구축된 데이터에 대한 잔존가치 인정과 데이터 공유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법도 약물용도변경 개발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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