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자연유산유도 의약품 허가를 내세웠다. 이에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미프진’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7일 정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약사법 개정 입법예고를 통해 헌법재판소 주문에 따라 낙태죄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약사법 개정을 통해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임신 24주까지는 성범죄를 비롯한 특정 사유가 있는 경우 임신중단을 허용하며,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의 유통·처방도 합법화했다. 또 자연유산유도 의약품 허가를 신청 받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상담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선 정식 허가된 자연유산유도 약물은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유럽 등 61개국에서는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이란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미프진은 임신 9주 이내 한해 사용하는 약물로 자궁을 수축시키고 프로게스테론을 억제해 인공유산을 유도하며 유산 성공률 90%이다.
미프진의 장점은 사후피임약과 다르게 임신이 된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수술이 아닌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12주 이후 사용할 경우 출혈·감염·쇼크 등 부작용 위험성이 높고 자궁외임신일 경우 효과가 없거나 태반 파열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전부터 미프진 도입 허가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재작년에는 ‘위민 온 웹’과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 낙태죄 폐지에 목소리를 내온 ‘페미당당’ 등 단체가 ‘나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지금 이 자리, 임신중단 치외법권’ 집회를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함과 동시에 ‘초기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을 도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한 미프진의 불법판매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SNS를 통한 판매 뿐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중국산 불법 낙태약을 미프진으로 속여 판매해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더불어 2019년 불법 온라인 판매 1,259건 중 미프진 적발이 불법 약품 품목 중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찬반대립도 심화되고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소속 23개 단체, 천주교서울대교구생명위원회, 바른교육교수연합 등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든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미프진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현기증, 피로, 발열 같은 일반적 부작용 뿐 아니라 엄청난 출혈과 통증을 유발시키고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와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약물에 의한 낙태가 실패해 출산을 할 경우 12%의 태아가 선천적 결함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며 허가를 반대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률이 시행되는 중에도 임신 중단 시술은 이뤄졌다”며 “이번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임신중단 유도 약물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의료계 측도 이번 허가에 대해 우려가 많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임신중절시술이나 의약품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허가하는 것은 오남용 등의 우려가 있다”며 “미프진 도입 허가 전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