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V-1은 어떻게 유전자재조합 항암제의 중심이 됐나
면역력 향상·큰 사이즈 유전자 삽입·다양한 암종 적용 등 장점 갖춰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7-28 06:00   수정 2020.07.28 07:06

 

항암바이러스(Oncolytic Virus)는 복제와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로서 야생성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결손, 치환하거나 암세포에 영향을 주는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특히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의 항암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젠셀메드의 주현유 책임연구원, 백현정 수석연구원, 권희충 대표이사는 유전자의약 이노베이션센터(ICGM Newsletter)에서 최근 발행한 7월호 소식지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항암바이러스와 HSV-1(herpes simplex virus)에 대한 특징 및 유망성에 대해 소개했다.


항암바이러스의 역사 및 HSV-1의 특징

초기 항암바이러스는 야생형 바이러스 또는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그러나 1991년 세계 최초로 HSV-1을 이용한 유전자재조합 항암바이러스가 발표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야생형 HSV-1의 티미딘 키나아제(Thymidine Kinase) 유전자가 결손된 바이러스를 주입한 뇌종양 동물 모델에서 높은 생존율이 관찰된다는 보고였다.

이를 필두로 현재 HSV-1 또는 다른 항암바이러스에서 유전자들의 결손 혹은 치환 등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HSV-1 유전자의 결손 또는 치환뿐만 아니라 면역반응을 증진시키는 외래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재조합 바이러스 등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항암바이러스의 종류는 DNA 바이러스에 속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아데노 바이러스(Adeno Virus),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 레오바이러스(Reovirus) 등과 RNA 바이러스에 속하는 뉴캐슬병 바이러스(Newcastle Disease Virus), 콕삭키 바이러스(Coxsackie Virus) 등이 있다.

이 중 HSV-1은 항암제 개발에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HSV-1은 유전자의 결손 및 치환뿐만 아니라 큰 사이즈(30kb)의 외래 유전자들을 삽입하는데도 적합하다. 다른 바이러스와는 다르게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4개의 당단백질(gB, gC, gD, gH/L)을 갖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또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암세포 용해 외에도 면역증진 기능(시토카인, 케모카인 등)을 유도하는 면역조절 유전자를 삽입해 암세포 용해 후에도 인체의 면역 기능을 증진시켜 암세포에 대한 항암 면역증진을 증진하며, VEGF와 같은 암세포 성장 인자를 저해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암세포의 혈관 생성을 방해함으로써 성장 저해 및 사멸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HSV-1 기반 항암바이러스는 암젠의 임리직(T-VEC)이다. 임리직은 HSV-1의 유전자 결손(ICP35.5)과 면역조절유전자(GM-CSF) 삽입을 통해 개발된 유전자재조합 항암바이러스로, 2015년 10월 전이성 흑색종에 대한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HSV-1 기반 항암바이러스 연구 현황

최근에는 HSV-1의 당단백질에 다양한 유전자(펩타이드 리간드(Peptide Ligand), 단쇄항체(Single-chain Antibody), 용해성 어댑터(Soluble Adapter))를 삽입해 특정 암세포만을 감염 및 사멸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로이즈만(Roizman) 그룹은 HSV-1의 당단백질에 IL-13을 삽입해 바이러스 표면에 IL-13(Peptide Ligand)이 발현하도록 했다. IL-13이 발현되는 HSV-1은 IL-13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세포에만 결합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캄파델리(Campadelli) 그룹과 미국의 글로리오소(Glorioso) 그룹은 HSV-1 당단백질에 유방암 세포의 표지 인자인 HER2를 인지할 수 있는 scHER2 항체를 삽입해 수용체 역할을 부여했다. scHER2 항체가 발현되는 HSV-1를 이용해 HER2가 발현되는 유방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감염 및 사멸을 유도하게 했다.

젠셀메드는 HSV-1에 외부로 발현될 수 있는 용해성 어댑터(Soluble Adapter) 유전자를 삽입했다. 기존의 당단백질에 발현되는 수용체는 바이러스와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결합했다면, 해당 어댑터는 바이러스와 특정 암세포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해 더욱 더 특이적인 결합을 유도한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 역시 HSV-1 유전자 조작 및 외래 유전자 삽입을 통한 항암제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됐던 임리직 외에도 타카라(Takara)의 C-REV, 벌투 바이오로직스(Virttu Biologics)의 세프레버(Seprehvir) 등이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https://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2020년 HSV-1 기반 항암제 임상시험 건수는 17건(1상 12건, 2상 5건)에 달한다.

단, HSV-1에 암세포 표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각각의 유전자들을 삽입한다면 다양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며, 종양의 종류와 접근 방식에 따라 적절한 조합의 HSV-1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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