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영업금지 처분 내용을 알고도 약국을 임차해 운영을 강행하면서 독점권을 침해한 약사가 임대인에 이어 영업금지 가처분됐다.
여기에 법원 명령 이후에도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 간접강제금 1일당 50만원이 정해지기도 했다.
청주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A약사가 C약사에게 신청한 영업금지가처분을 일부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A약사는 2017년 충북 청주소재 상가에서 영업중인 4층 약국을 매수해 10월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4층 약국은 이전 약사가 2014년부터 분양회사로부터 지정업종을 '약국'으로 분양받아 독점적으로 운영해오던 약국이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B약사가 임대인 C씨로부터 1층 점포를 매수해 그해 9월부터 약국운영을 시작했다. 1층 점포는 C씨가 2013년부터 분양회사로부터 지정업종을 '임대위임(부동산)'으로 분양받은 곳이다.
이에 A약사는 C씨가 분양계약 또는 상가관리규약에서 정한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해 약국영업을 하고 있어 2019년 7월 C씨를 상대로 해당 재판부에 영업금지가처분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10월 C씨에게 영업금지 가처분 결정을 했다.
그 사이 C씨는 9월 B약사에게 1층 점포를 임대했고, B약사는 이때부터 재판시점까지 1층 점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A약사는 다시 B약사에게 영업금지 및 간접강제를 구했다.
분양계약 또는 해당 상가 관리규약에 따라 독점적으로 약국을 운영할 권리가 있는데, B약사가 업종제한을 위반해 1층 약국을 운영해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B약사는 분양회사가 상가를 분양할 때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정용도를 규정한 상가관리규약이 1층 점포 소유자(B약사)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승낙 없이 설정돼 효력이 없어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 관련 법리 해석으로 A약사의 독점권을 인정했다.
분양회사가 분양자에게 특정 영업을 정해 분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분양자에게 그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보장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고, 점포별로 분양이 이뤄진 후 분양자 지위를 양수하거나 임대한 자는 점포 입점자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포 분양자 지위를 양수한 자 등이 분양계약에서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하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가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를 종합해 B약사가 A약사에 대한 관계에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의무를 받아들이는데 동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약사가 분양계약에서 지정 업종을 위반해 1층 점포에서 약국을 운영해 A약사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한다면, 침해 배제를 영업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다.
1층 점포와 4층 점포의 분양계약서에서는 각 그 지정업종이 '부동산'과 '약국'으로 특정돼 기재돼 있고, 분양계약서는 업종이 지점된 점포의 경우 분양자는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때문에 그 지위를 양수한 채권자(A약사), 채무자(B약사) 또한 상호 묵시적으로 최초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제한의무 등을 수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B약사는 상가 내 점포 중 분양계약서상 지정업종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점포가 많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업종제한에 반해 영업을 하는 점포가 일부 있더라도 해당 점포들이 분양계약을 위반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근거로 분양회사가 업종을 지정해 분양한 사실이 없다거나, 업종제한약정의 구속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상가건물 분양 시 업종제한의 약정이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드문 실정임을 고려할 때, B약사가 상가 주변 정황을 조사했다면 1층 점포에 업종제한의무가 설정돼 있다고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약사가 주장한 관리규약 동의에 관해서도 "처음부터 분양회사가 업종을 지정해 1층, 4층 점포를 분양한 이상 해당 규약의 효력 여부와 무관하게 B약사는 업종제한의무 등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약사의 이익 보전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법원 결정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강행해 명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간접강제결정도 내렸다.
재판부는 "B약사가 1층 점포에서 약국을 영업해 A약사 영업상 이익이 침해받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영업금지를 명하지 않을 때 계속적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며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B약사가 점포에서 약국 영업을 강행할 의사를 미리 밝힌 점 등을 비춰 이번 결정에서 정한 명령을 위반할 개연성도 있다"며 "영업금지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간접강제금은 위반행위 1일당 5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