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아시아·유럽·미국 등 세계적 유행으로 확산되면서 국제법상 신종 감염병 대응에 대한 분석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WHO와 '2005년 국제보건규칙'이 있으나 보완이 필요한 요소가 많아 한국에서부터 정부·국회가 힘을 모아 개선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조사처)는 18일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 관련 국제법의 한계와 개선과제'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고,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 나갔다.
2019년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중국 지역사무소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발견됐다는 비공식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2020년 2월 12일 기준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름을 코비드-19(COVID-19)로 명명했다.
코로나19는 발병국의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국제기구와 국제법에 기초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코로나19 관련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와 '2005년 국제보건규칙(IHR)'이 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도 WHO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가 반복돼 나타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당사국의 질병 사태 통고 의무 강제제도 부재: 당사국의 신속한 통고는 신종 감염병의 초기 대응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발생지국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신종 감염병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이를 세계보건기구에 통고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문제는 세계보건기구에 '2005년 국제보건규칙' 제6조를 위반한 국가를 제재할 수 있는 이행강제메커니즘이 구비돼 있지 않고, 2005년 국제보건규칙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당사국간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강제적인 사법적 분쟁해결절차가 없어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사국의 샘플 정보 공유 인센티브 부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의 한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재생산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바이러스 샘플은 공유하지 않고 유전자 서열 정보만 공개했다.
'2005년 국제보건규칙' 제6조제2항과 제7조에 따르면, 당사국이 제공해야 할 정보는 감염국이 자국 내 감염병 발생 여부와 현황, 자국의 대응조치 등에 관한 정보로 제한돼 있다.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진단 백신 치료에 관한 기술 또는 감염병 바이러스 샘플에 대한 정
보는 제공해야 할 정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당사국의 국가 자원과 국제법 준수 역량 문제: '2005년 국제보건규칙'은 입국 지점에서의 여행자에 대한 인도적 대우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제32조), 이에 따라서 국가는 여행자의 입국 금지 또는 격리 조치를 취할 때 이를 염두해야 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가 2020년 1월 30일 발표한 임시 권고에 따르면 여행 또는 무역 제한조치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마다 방역능력에 차이가 있어 국가마다 구체적인 이행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공중보건 역량이 충분하지 하지 못한 국가의 경우 특정 국가의 국민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와 같은 과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감염병의 중간 단계 경보 부재: 2005년 국제보건규칙에서는 질병 관련 사안
의 규모나 심각성에 따라 단계를 질병(disease), 사태(event), 공중 보건 위험(public health risk),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4단계로 구분해 공중보건 문제를 유연하게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가장 심각한 마지막 단계로서 △ 질병의 국제적 확산으로 인해 타 국가들에게 공중보건 위험을 구성하고, △잠재적으로 협력적인 국제대응을 필요로 하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의미한다(제1조).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2005년 국제보건규칙상 유일한 감염병 경보 단계이자 최고 수준의 경보이다. 이 때문에 초동조치로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HO 당사국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통고 의무 이행을 강제할 메커니즘을 신설하고,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백신 기술과 샘플 정보를 공개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WHO 내에 감염병 위협에 직접 노출된 국가에게 재정적·기술적 원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개도국·최빈개도국에 대해 감염병 통제 인프라를 갖추게 해 국제법 의무 이행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의 강력함을 유지하면서 중간 단계 경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국회는 국내 보건체계 발전을 위한 국내법률 정비 노력과 함께 신종 감염병 통제에 관한 국제법 기준을 개선하는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우리 정부와 외국 정부, WHO와 국제사회에 '2005년 국제보건규칙'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고, 결의안 형태로 감염병 통제에 관한 의사를 결집해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