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 없이 더 편리하게…‘피임’약도 변화한다
기간‧부작용 줄이고, 지속기간 늘려…남성용 약물도 개발 속속
박선혜 기자 loveloves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12-04 06:00   수정 2019.12.04 10:10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고 결혼적령기가 늦어지면서 피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부작용은 줄이고 편리함은 높인 피임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경구피임제 복용률은 2011년 7.4%에서 2017년 18.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최근 4세대 피임약으로 에스트로젠 수치를 최소화해 부작용을 줄인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경구피임제는 심혈관계 부작용, 여드름, 다모증 등 부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삽입형, 부착형, 도포형 등의 다양한 피임약들이 나타났다.

경구제를 제외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자궁내장치’는 한 번의 삽입으로 긴 시간 동안 비교적 확실한 피임효과가 있다. 또한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이 산부인과 저널(Obstetrics & Gynecology)에 밝힌 총 11종의 연구 결과, 자궁내장치를 사용한 여성들이 난소암 발병 위험이 32%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궁 내 피임기구로는 구리 자궁 내 장치(IUD)와 레보노르게스트렐 호르몬이 함유된 자궁 내 시스템(IUS, Intrauterine System)이 있다. 엘러간 및 메디슨스사의 ‘릴레타’는 최대 6년까지 피임이 가능하며 바이엘의 ‘미레나’도 적용 기간을 6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미국 FDA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월경통, 월경과다, 자궁선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비슷한 원리인 ‘질 링(Vaginal ring)’은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배출되는 링을  질 안에 매월 새것으로 바꿔 넣어 임신을 방지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재사용이 가능해 아프리카 등 빈민가 여성에게 에이즈 예방을 포함해 효과적인 피임법으로 이용된다. 작년 FDA에서 승인된 ‘아노베라’는 최대 1년 사용이 가능하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엔 삽입이 아닌 붙이는 것만으로도 피임이 되는 장치도 개발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웨이 리(Wei Li)박사 연구팀의 논문에선 피부 아래에서 호르몬을 방출하는 생분해성 미세 바늘로 패치 형태의 새로운 피임약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니들로 통증 없이 스스로 적용가능하며, 미세 바늘이 피부에 들어가면 천천히 용해돼 내부에 저장된 호르몬을 혈류로 방출한다”며 “또한 동물 실험에서 호르몬 농도는 30일 이상 유효할 정도로 매우 높게 유지돼 장기간 피임약으로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여성을 벗어나 타깃을 ‘남성’으로 한 피임약도 눈길을 끌고 있다.

3월 라이브 사이언스지에 보도된 미국 워싱턴대 의대 스테파니 페이지 교수팀의 연구 결과, 테스토스테론을 변조한 약을 남성에게 투여했을 때 성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자의 생산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 1상에서도 부작용이 없었으며 약을 끊을 경우 생식기능이 회복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존 레이놀즈-라이트 생식 보건학 교수 연구팀은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섞은 피임 젤로 정자 생산이 멈춘 것을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아이를랑가대 연구진이 개발한 ‘젠다루사’는 정자가 난자를 향해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효소를 약화하며 99.96%의 피임 성공률을 보였다.

스테파니 페이지 연구팀은 “다만, 남성용 피임약은 장기복용 시 생식기능 저하가 있을 수 있고 확실한 피임효과 등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판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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