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시판 후 나타나는 이상 반응과 이로 인한 사례들을 수집 및 분석하는 작업인 약물 감시(pharmacovigilance, PV)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LSK Global PS가 24일 자사 사옥에서 연 '약물 감시의 중요성과 한국에서의 약물감시의 변화‘ 주제 미디어 세션에서 이정민 상무는 “시판 전 약품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임상시험 자료는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대상자 측면에서는 적응증, 나이, 인종 등에서 높은 선택성을 띄고 있고, 연구 측면에서는 증례 수 자체가 적고 연구 기간도 짧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시판 후 약물 감시에 대한 필요성은 늘어가는 추세다. 의약품 시판허가 후 판매를 시작하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약품을 복용하는데, 이 때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드물지만 심각한 유해반응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임상시험에서는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판 후 약물 감시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수면제로 허가받았지만, 신경을 안정시켜 임산부들의 입덧을 가라앉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임산부들이 복용했다. 그러나 이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1만여 명의 사지결손 기형아를 출산했으며, 특히 임신 첫 3~8주 복용 시 예외 없이 기형아를 출산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탈리도마이드는 1961년 시판이 중지됐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미국의 약물감시 체계를 변화시켰다. 1962년에는 시판 후 유해사례를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으며, 1993년부터는 메디워치 온라인 보고를 실시하게 했다. 2007년 FDA는 시판 후 약물감시를 강화시켰으며, 2013년에는 유익성 위해성 평가 5개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약물 감시 과정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신호 검출(signal detection)을 거쳐 실마리를 찾아낸 후, 위험 사정(risk assessment) 단계를 거쳐 결정(decision making)을 내리고 시판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현재 약물 유해사례 보고 시스템은 제약 선진국을 중심으로 갖추어져 있다. 미국은 ADR(adverse drug reaction) 보고 시스템을 1961년에, 일본은 1967년에 각각 도입했다. 영국은 옐로우 카드(yellow card)라는 이름의 부작용 보고 시스템을 1964년 도입했다.
한국은 1988년에 ADR 보고 시스템이 생긴 후로 다양한 규제를 도입중이다. 대표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행 예정인 ‘차세대 부작용 보고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8월까지 시험 운영됐으며, 2021년 1월 전면 시행될 계획이다. 이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국내외 의약품이상사례보고시스템 서비스는 종료된다.
이 상무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는 단계별로 지켜야 할 규정들이 존재하는데, 약물 감시는 비임상, 임상 단계를 제외한 전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약물 감시는 신약 개발 과정부터 시판 후 상황까지의 안전성 근거가 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에 의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되지 않으면 의약품과 부작용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유해사례 수집의 필요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