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을 위한 혁신 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유전자 가위’, 특히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한 연구가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가장 최신 기술인 3세대 가위 크리스퍼는 표적 부분을 찾아내는 RNA와 DNA를 잘라내는 제한효소 ‘카스9(Cas9)’을 이용해 특정 기능을 하는 염기 서열을 바꿀 수 있다. 즉, 생체 내 질환 유전자 치료기술은 잘못된 유전자를 바로 교정해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이에 종양, 에이즈, 난치성 질환, 심질환 등 폭넓은 분야에서 해당 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개발 키워드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항암이나 희귀질환 경우, 신약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바이오마커들을 이용하고 있지만 질병 세포에 외부체 없이 안정적으로 전달하거나 돌연변이를 방지하는 것에는 난제가 따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테라그노시스연구단 장미희 박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를 체내에 직접 넣는 '인비보' 방식을 활용해 외부의 전달체 없이 자가조립이 가능하도록 유전자 교정 핵심 단백질(Cas9)을 개량했다.
또 최근 공동 연구진은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체크포인트 유전자 중 'PD-L1', 'PD-L2' 두 개를 동시에 표적해 면역 체계를 방해하지 못하게 유도하고, 결국 세포독성 T 세포가 암을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해 항암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연구도 있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된 동국대 김종필 교수와 박사과정 박한슬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기반한 기반 나노컴플랙스를 개발해 알츠하이머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질환 쥐 모델에 적용한 결과, 치매 질환의 증상이 놀라운 수준으로 완화됐고, 질병 진행이 효과적으로 지연됨을 확인했다. 또 나노 컴플랙스는 효율적으로 유전자 표적 타깃팅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기존의 치매 치료제를 대체하는데 활용될 수 있고,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등에 대한 치료 기술의 실용화를 높여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에이즈에 관한 연구도 있다. 미국 템플대학(Temple University)과 네브라스카 약학대학(Nebraska Medical Center)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체내에 장기간 작용하는 아트(ART)를 이용해 쥐로부터 HIV를 제거한 연구를 공개한 바 있다.
그 외 당뇨병 신경병증, 망막색소변성증, 유전성 아말로이드증, 비소세포폐암 등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엔 비후성 심근증 연구도 언론을 통해 공개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유전자 기술을 모든 제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세대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Intellia Therapeutics, Editas Medicine, CRISPR Therapeutics, 툴젠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신약 발매를 위해 공동투자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툴젠은 합병을 통해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재 CAR-T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혈액암 정도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과 하이루킨7을 이용해 고형암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K는 캘리포니아대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신약발굴에 활용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GSK는 캘리포니아대학교와 협력해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질병을 유발하는지 조사하고 신약 발견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인텔리아 세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에 투자를, 바이엘은 스위스 크리스퍼 세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손잡았다.
계속해서 많은 연구들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언제쯤 신약이 임상단계를 거쳐 출시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