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hATTR-PN’, 조기 진단 없이는 치료도 없다
간이식·빈다켈, 발병 초기 유효…유전자 검사로 진단 가능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6-21 06:00   수정 2019.06.21 06:45
유전성 희귀질환은 사람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데, 이때 나뉘는 질환에 따라 유전적 원인이 질환의 발생 원인을 차지하는 비율은 10-100%까지 다양하다. 발생 원인의 비중이 다양하다 보니 증상만으로 진단받기 어려운 희귀질환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진단이 가능한 희귀질환이 있다.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hereditary ATTR amyloidosis with polyneuropathy, 이하 hATTR-PN)이 그것이다.

hATTR-PN은 국내 환자 수가 200여명에 불과한 초희귀질환으로, 부모 모두 질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조부모 혹은 선대로부터 변이 유전자가 전달될 수 있다.

실제로 hATTR-PN 의심 증상이 발현돼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진단받은 환자와 가족들의 유전자를 검사했을 때, 가족 중 절반이 추가로 질환을 진단받거나 변이 유전자 보인자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hATTR-PN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hATTR-PN 질환에 대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40-50대 이후에나 증상이 발현되고, 주 증상이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주로 발과 다리의 통증, 변비, 설사, 손목터널증후군,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 희귀질환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병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최대 4년까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기대 수명은 증상이 나타난 이후 평균 7-12년이다.

hATTR-PN의 유일한 치료법은 간 이식이다. 간 이식을 시행하게 되면 아밀로이드로 변하기 쉬운 변형 트랜스티레틴의 생산을 예방하고 초기에 진행을 멈출 수 있다.

그러나 간이식은 질환이 늦게 발병한 hATTR-PN(late on set) 환자에게는 권고되지 않고 젊은 시기에 시행됐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국내 hATTR-PN 환자 중 간이식술 적용 사례는 없다.

완치는 아니지만,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은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빈다켈(성분명: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이 국내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다켈의 역시 hATTR-PN의 조기 진단을 전제로 사용되는 것이 좋다. hATTR-PN은 한번 병이 진행되면 호전되지 않는 불가역적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가능한 한 빨리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것이다.

hATTR-PN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Tissue biopsy)를 실시해 아밀로이드 침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임상 관찰과 근전도 검사로 아밀로이드 신경병이 의심될 때 조직검사에서 얻은 검체를 고정 후 콩고 레드 염색을 통해 아밀로이드 침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검사는 민감도가 70% 정도로 위음성을 보일 수 있고 질환 유발 유전자를 밝힐 수 없다. 따라서 조직검사만으로 질환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병력 청취와 함께함께 가족 면담, 유전자 검사를 통한 확진이 중요하다.

유전자 검사는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증과 연관된 트랜스티레틴 유전자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발견한다.

국내에서 가능한 hATTR-PN 유전자 검사는 트랜스티레틴 유전자 돌연변이 염기서열검사로, 채혈을 통해 DNA를 분리하여 트랜스티레틴 유전자를 증폭한 후 염기서열방법을 통해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료 옵션이 한정적인 유전성 희귀질환에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져 감에 따라, 향후 개발될 진단법 및 진단 도구의 진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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