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체중감소용 또는 근육강화용 건강식품(supplement)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지방분해 영양소의 일종인 피콜린산 크롬(chromium picolinate)이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美 앨라배마大 화학과 존 빈센트 교수팀은 '美 국립과학아카데미회보' 최근호에 공개한 논문에서 "과일과 채소의 해충으로 알려진 과실파리에게 피콜린산 크롬을 먹이로 공급한 결과 치명적인 유전적 변이와 생식불능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피콜린산 크롬이 안전한 성분으로 인식되고 있어 FDA에서도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눈길이 쏠리게 하는 대목인 셈.
이와 관련, 피콜린산 크롬은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실험에서도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에 빈센트 교수팀은 그같은 DNA 손상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로 발생하는지 여부와 체내에서 회복될 수 있는지, 또 후대에까지 손상이 유전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시험을 진행했다.
빈센트 교수팀은 이를 위해 과실파리들을 대상으로 4대(代)에 걸쳐 피콜린산 크롬을 먹이로 제공하면서 추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피콜린산 크롬을 먹인 과실파리들의 경우 이를 먹이지 않았던 대조群에 비해 완전히 성장한 개체수가 각 세대마다 20~30% 정도 낮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첫 두 세대의 경우 수컷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 아니라 생식능력이 없는 암컷의 개체수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빈센트 교수는 "따라서 앞으로 FDA는 피콜린산 크롬의 안전성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美 건강식품협회(CRN)은 이에 대해 "앨라배마大 연구팀은 과실파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농도의 피콜린산 크롬을 공급했으므로 유의미한 결론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CRN의 학술·국제업무 담당 부회장 존 해치콕 박사는 "피콜린산 크롬은 인체에 안전한 성분이며, 이번 연구로 인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매일 피콜린산 크롬 1,000㎍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임상에서 아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입증한 연구결과들도 발표된 바 있다는 것.
빈센트 교수도 "피콜린산 크롬이 사람과 과실파리의 DNA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에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일단 인정했다.
다만 빈센트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피콜린산 크롬이 함유된 건강식품을 복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